집이 없다.

OJT 14

by RUKUNDO

1차 시도, 실패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 다음 번에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2차 시도. 실패

시행착오를 통해 사람이 배우기도 하는거지. 다음번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3차 시도. 실패.

가위바위보도 삼세판을 하는데, 집구하기에 세번 실패일 수도 있지. 열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몇번 더 시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줄 알았다. 희망이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실패는 계속 되었고, 세번의 실패 이후 세지도 않았다.


며칠 동안 몇 채의 집을 본 건지 알 수 없다. KOICA에서 정한 월 300달러의 예산 안에서는 도무지 마땅한 집을 찾을 수 없었다. 간신히 금액이 맞는 집을 찾아도 문제 투성이었다. 전기가 끊겨 있거나, 물탱크가 없거나, 심지어 집 안에 화장실조차 없는 곳도 태반이었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기세니는 르완다의 ‘제주도’ 같은 곳이었다.

내륙 국가 르완다에서 드물게 바닷가 같은 백사장을 품은 키부 호수가 자리한 최적의 관광지.

이곳이 관광 도시이자 집값이 비싼 동네라는 것이다.신혼여행지로도 인기가 많고, 웨딩촬영을 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콩고국경과 가까이 있어, UN기구 사람들도 많고, 외국인이 많이 삳다는 것은 집값이 그만큼 높아져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월 300달러라는 적은 예산으로는 마땅한 집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같은 지역에 파견된 동기 역시 집을 구하지 못해 난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KOICA 봉사단원들은 ‘1인 1가구’가 원칙이었다. 돈을 모아서 함께 사는 것도 불가능했다.

우리는 코이카 사무실에 상황을 알리고 예외 규정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돌아온 답은 시큰둥했다. 예외 조항은 있지만 우리 경우가 해당되는지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말뿐.

행정원은 마치 귀찮다는 듯, 결국 ‘일반적인 규정대로 하라’는 말만 반복했다.


결국 기댈 곳은 학교 동료들 이었다. 다행히 파비앙앙과 존, 그리고 동기 S의 학교선생님들까지 나서서 백방으로 도움을 주고 있었다. 아직 OJT기간이 남았으니 어떻게든 되겠다 싶었다. 그리고 사실 실패가 거듭되어도 사람들과 함께 집을 알아보며 돌아다니는 시간이 꽤 재밌었다. 결과는 참패였지만. 그래도 학교가 마치고 차를 타고 기세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집문을 두드리는게 좋았다. 이 때의 경험 덕분에 기세니 지리는 편하게 외울 수 있었고, 관광아닌 관광도 질리게 했으니 말이다.


이제 나는 기세니를 가장 많이 돌아다닌 한국인이 되었으니까.

곧 나에게 맞는 집도 꼭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실패를 맛보았으니 이제 성공이 눈앞에 있을 것이다.

꺼져가던 희망을 붙잡으며 매일밤 긍정적인 말을 되내였다. 어떻게든 기운을 되살려야만 했다. 누가 툭 건들기만 해도 울어버리고 싶은 마음을 그렇게 붙잡아야만 했다.

이전 13화내 집을 갖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