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OJT18

by RUKUNDO

쥬디가 나를 조용한 곳으로 데려가더니 천천히 말을 이었다.


존의 친구는 부동산 중개인이었다고 했다.

파비앙도, 학교에서도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그저 호의로 도와주고 있는 줄 알았다고.

학교에서는 이미 존에게 집을 찾는데 필요한 기름값과 수고비를 지불했다고 했다.

어제 나에게 이야기를 하고 바로 돈을 받을 줄 알았는데,

학교에 가서 이야기를 하자고 하니 당황한 것 같다고.

학교 몰래 일을 벌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오늘 내가 학교에 와서 사람들과 대화를 하기 전에

일을 해결하고 싶어 한 것 같다고 했다.

아침에 다짜고짜 존과 존의 친구가 학교에 찾아와 나를 찾았다고 한다.

이상하게 생각한 쥬디와 파비앙이 만날 수 없다고 하자,

내가 돈을 떼어먹었다며 난동을 부렸다는 것이다.


파비앙도 어느새 내 옆에 다가와 있었다.

자신이 그때 자리를 비웠던 것이 문제인 것 같다고 사과를 했다.

자신이 책임지고 수습을 할 것이라 걱정 말라는 말과 함께.


중개인에게 돈을 주기도 하지만 현재 벌어진 일은

르완다에서도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르완다에서는 보통 지인들의 소개로 집을 구하거나,

월세의 10~20% 정도의 금액을 주고 중개인을 고용한다고 한다.

수수료는 중개인을 고용하기 전 협의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렇게 다짜고짜 중개인였다고 나서는 경우는 없다고.

내가 외국인이고 이곳 물정을 잘 모를 거라 생각하고 이런 일을 벌인 것 같다고 했다.


쥬디와 파비앙은 이 상황이 벌어진 것에 화가 난 것 같았다.

그리고 나에게 이런 일을 겪게 해 미안하다며 거듭 사과를 했다.

르완다에 대해, 기세니에 대해 안 좋은 마음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자신들을 믿어달라 말했다.


사과를 해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는 것 같은데,

미안해하며 수습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다는 것이 슬펐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내가 싫었다.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었다.

집에 가서 쉬는 게 좋겠다고 했다.

교장선생님께 보고를 드리고 학교 차원에서 처리하겠다고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너무 조급해했던 탓이었을까.

씁쓸하고 무기력했다.

이제라도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나은 걸까.

아무 말도 못 하는 내가 싫었다.


선배단원도 없는 지역에 나를 파견한 KOICA가 미웠다.

현지 사정도 모르고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행정원이 원망스러웠다.

이런 상황에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내가 미워 참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다시 잠잠히 서서 멍하게 쳐다보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나를 견디기가 힘들고 괴로웠다.


그냥 짓궂은 장난이었다고. 모든 것이 너를 놀라게 하려고 한 서프라이즈 파티였다고 했으면 좋겠다.


기세니에 와서 처음 만난 현지인, 존에게 맞는 뒤통수가 쓰리고 얼얼하다.

언어가 부족한 내가 그사이 뭔가 잘못 말했던 것은 아닐까.

존과 존의 친구가 나쁜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는데,

내가 오해를 만들었던 것은 아닐까. 믿을 수가 없었다.


늘 밝게 웃던 존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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