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사고와 사과

OJT17

by RUKUNDO

다음 날 아침, 눈을 떴는데 모든 것이 꿈같았다.

꿈이면 좋겠다.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았다.

아무 말도 뱉고 싶지가 않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

밖으로 한발자국도 나가고 싶지않았다.


이와중에 살펴보다 말고 두고 온 컴퓨터가 눈에 아른거린다.

내가 간다고 딱히 고쳐질 것도 아니다.

컴퓨터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고쳐본 경험도 없다.

그냥 사용을 할 줄 아는 것이지 그 외에 아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두고온 컴퓨터가 계속 아른 거린다.

아무래도 출근은 해야겠다. 뭐라도 하긴 해야하니까.


어제 존이 했던 말은 무엇일까?

그냥 진지한 농담같은것이겠지?

어제 시킨게 환타가 아니가 맥주였던가? 취기가 돌아 잘못말한거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터덜터덜 학교로 향했다.


사실 학교 말고 갈 곳도 없었다.

내가 기세니에서 갈 곳은 학교 뿐이다.

학교에 도착해 다시 익숙한 초록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잘 되는 컴퓨터와 안되는 컴퓨터를 열어보고 차이점을 찾는 중이었다.

잘 보니 컴퓨터들 사이에 조금씩 다른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선이 빠져있는 것 같기도 하고 헐겁게 끼워진 부분도 있는 것 같았다.

먼지도 털고 선도 다시 껴보고, 부품을 잘 부착시켰다. 그리고 전원버튼을 눌렀다.

PC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그렇게 보고싶던 윈도우 부팅 페이지가 열렸다.

유레카! 모든 걸 이룬 느낌이 들었다.

아침의 우울했던 기분도 어제 있었던 이상한 일도 금새 잊혔다.

함께 기쁨을 나눌 사람이 없어 아쉬울 정도였다.


갑자기 바깥이 시끌시끌하다.

점심시간이 끝날때도 아닌데 왜케 시끄럽지? 밖으로 나가봤다.


존의 친구와 존이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그들을 둘러싸고 동그란 원을 만들고있었다.

나에게 찾아오려는 것을 막고 있던 모양이다.


저 멀리 파비앙과 주디가 보여 그쪽으로 달려갔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무슨일이냐고 물었다.

쥬디와 파비앙이 서로를 바라보더니 아무말도 못하고 얼굴을 붉혔다.

얼마간의 침묵이 흐르더니 다짜고짜 사과를 한다.


“미안해. 이냥제.

우리가 해결할게. 걱정하지마.”


사과를 받을 상황은 분명 아닌 것 같은데

내 사고는 멈추고 이상하게 날아온 사과만 덩그러니 남았다.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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