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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우 Dec 20. 2020

K-감성 카페의 원조는!?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에 담긴 건축 이야기

몇 년 전부터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 카페가 유행이다.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는 공사가 덜 된 듯한 느낌을 주고 낡은 공장 같은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를 칭하는 용어다. 콘크리트 벽이나 거친 벽돌, 드러난 배관 등을 가리지 않고 노출시켜 투박하고 빈티지한 분위기를 낸다. 젊은 층이 사용하는 인스타그램에서도 '힙'의 대명사로 통한다. 성수동을 비롯해 한남동, 홍대, 신사동 등 서울 도심지 곳곳에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 카페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야말로 힙의 물결이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인더스트리얼 카페는 이용객에게 만족감을 주기도 하지만 카페 주인에게도 여러모로 매력적이다. 카페를 창업하는 이들은 커피의 맛과 카페의 위치도 고민하겠지만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쓸 것이다. 디자인은 감성과 연결되니까. 힙한 감성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끈다. 그런데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는 '힙'을 챙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돈'도 챙길 수 있다. 인테리어 비용은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는 전반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편이다. 한마디로 카페 창업주에게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는 경제적이다. 인테리어는 공사 소요 시간과 비용이 정비례하는 편이다.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는 시간도 절약하고 비용도 아낄 수 있다.



 왜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는 경제적일까?

콘크리트(혹은 조적 벽돌, H빔) 혹은 설비 배관 노출을 하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벽면과 기둥 그리고 천정의 배관들을 노출하게 된다. 이는 비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구조재인 콘크리트를 노출하게 되면 마감을 하지 않아도 된다. 목공, 도장, 도배 등 마감 과정에 필요한 작업이 생략된다. 시간과 비용이 줄어든다. 배관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천정 인테리어는 목공 작업과 기타 마감 작업을 통해 전기 및 설비 배관들을 가린다. 하지만 배관 노출을 하게 되면서 비용과 시간이 줄어든다. 공사 시간이 줄어들면 당연히 오픈일이 앞당겨지고 카페 휴업일은 줄어든다. 결국 여러모로 돈을 아낄 수 있다.

* 주로 건물의 구조로 사용되는 재료는 조적 벽돌과 철골 H빔 그리고 콘크리트다.


이외에도 배관이 노출되고 회색톤의 인테리어가 개성 있는 디자인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또한 천정이 높아지면서 개방감을 주기도 한다. 마감재를 새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임대인이 건물을 이용하더라도 마감재 철거비용과 폐기물 처리비용이 소요되지 않는다는 점은 경제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유익이 있다. 반면 콘크리트에서 나오는 환경 호르몬은 카페 이용객이 커피와 함께 마셔야 한다. 커피도 씁쓸한데 환경호르몬을 마시는 현실도 씁쓸하다. 어쩔수 없는 현실이다. 가끔이니까 감성의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함께 마시는 수밖에.


ⓒ 혜화동 재능교육문화센터 / 안도 다다오 설계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은 갑자기 툭 튀어나온 걸까? 아니다. 인더스트리얼 디자인도 나름의 역사가 있다. K-감성 카페가 나타내는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은 여러 건축가들의 철학을 융합한, 놀라운 산물이다.


첫째,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의 핵심은 콘크리트다. 콘크리트의 색감. 흰색부터 검은색에 가까운 회색까지, 세상에 똑같은 콘크리트 마감면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그 회색 빛깔의 콘크리트면에 빛이 스며들기도 하는데 빛과 그림자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콘크리트의 매력이다.


콘크리트를 사용할 때마다 변하는 표현의 깊이를 가지고 있다.
르 코르뷔지에는 콘크리트를 마치 진흙처럼 사용했다.
(중략)
모두들 알고 있겠지만, 흰색에서 회색, 그리고 검은색에 이르는 갖가지 다른 색깔이 있을 수 있다. 콘크리트도 색깔이 매우 풍부할 수 있다.
표면보다는 그 깊이에 따라서 색깔이 달라진다고 나는 생각한다.
- 마이클 오핑, 2002, '안도 다다오와의 7차례 인터뷰'



전기, 설비 배관을 노출하고 에어컨도 노출했다.

둘째, 배관 노출은 하이테크 건축과 관련이 있다. 하이테크 건축의 거장은 렌조 피아노다. 렌조 피아노의 주요 건축물 하면 떠오르는 건 '조르주 퐁피두 센터'다. 조르주 퐁피두 센터는 돌과 대리석의 겉면을 도려내고 그 속의 배관을 드러냈다. 건축물의 피부를 벗겨내고 건물의 뼈와 혈관을 드러낸 셈이다.


1970년대 초였던 당시의 전형적인 건물은 매우 위압적이었다.
기념비적인 석조 또는 대리석 건물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공장을 만들고 정유소, 그리고 그 밖의 무엇인가를 만듦으로써 논란을 불어 일으키려고 마음먹었다.
모두 이것은 박물관이라기보다는 공장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런 말을 듣는 것이 기뻤다.
_렌조 피아노, 존 투사와의 인터뷰, BBC라디오, 2002
이 건물은 돌과 대리석과 아치의 위압감 대신
기계의 친밀성을 도입한 첨단기술(하이테크)의 패러디라고 할 수 있다.
_렌조 피아노, 존 투사와의 인터뷰, BBC라디오, 2002


ⓒ 퐁피두센터 en.parisinfo.com


물론 K-감성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는 실외가 아닌 실내의 배관을 노출했다는 점에서 퐁피두 센터와 차이가 있지만 퐁피두 센터의 배관 노출 디자인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K-감성 카페 디자인의 원조는 한국이 아니었다. 


좌측 카페는 페인트칠을 했다. 이렇게 인테리어 디자인은 변형에 변형을 거듭한다.


번외 이야기: 프랑스에서도 인더스트리얼 디자인 카페가 인기가 있을까?

실제 파리에 거주하는 친구에 의하면 아이러니하게도 파리에는 인더스트리얼 디자인 카페가 없다고 한다.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은 구조재 콘크리트(혹은 조적벽돌, H빔 등)에 베이스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한옥을 인더스트리얼 카페로 개조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 목조건물에 새롭게 인더스트리얼 느낌을 덧입혀야 하기 때문이다. 비효율적인 디자인이다. 프랑스 도심지의 주요 건물은 석조건물이다. 대리석이나 돌로 지은 오래된 건물이다. 오히려 인더스트리얼 디자인 인테리어를 하려면 비용이 배로 들기 때문에 여러모로 비효율적이다. 게다가 건축법 규제상 함부로 개조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파리에는 인더스트리얼 디자인 카페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K-감성 카페의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는  가지가 결합되어 탄생한 디자인이다. 저명한 건축가의 디자인 요소와 콘크리트구조와 철골구조가 주를 이루는 대한민국 건축의 특수성. K-감성 카페 인테리어는 지극히 현실적인 예술, 건축의 특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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