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우 Jun 28. 2022

육식 옹호 채식주의자, 소고기를 위한 변론 시작합니다

환경보호단체 워터 키퍼 얼라이언스의 수석변호사로 일했던 니콜렛 한 니먼(Nicolette Hahn Niman)이 2014년 도서 <Defending Beef>을 출간했다. 8년이 지난 2022년, 이 책은 <소고기를 위한 변론>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어 국내에 출간되었다. 소를 위한 변론도 아니고 소고기를 위한 변론이라니. 부제는 '지속가능한 지구생태계와 윤리적 육식에 관하여'. 제목과 부제에서부터 내용이 무척 궁금해진다. 


소고기의 억울함


놀라운 사실은 니콜렛 한 니먼은 채식주의자라는 점이다. 저자의 남편 빌은 목장을 운영한다. 육식을 지지하면서도 채식주의자로서 실제 목장 한가운데서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의문이었다고 한다. '조만간 도살장으로 보내질 동물들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 괴롭진 않을까?' 걱정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는 목장을 산책하고 목장 소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목장의 진가를 느끼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남편에게 목장의 모든 것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고 결국 목장 일의 베테랑이 되었다. 육체노동도 좋았지만 특히 동물들 사이에 있는 것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연스럽게 야생생물을 관찰하고 자연의 아름다움과 순환을 목격하면서 일련의 '생명 연결성'을 배웠다. 책 <소고기를 위한 변론>은 이런 개인적 배경과 함께 푸드시스템이 방목형 축산으로 변화해야 할 것을 과학적 자료를 근거로 주장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소는 자주 호출된다. 방귀와 트림으로 갖은 욕을 먹고 있다. 책에서는 '기소되었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저자는 소고기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나선다. 소고기의 '물 발자국'과 '온실가스 발자국'에 대한 기존의 논리를 차례로 부수고 오해를 종식시키고자 한다. 


첫 번째 변론 - 축산업 '온실가스 발자국'에 대한 오해


먼저 소고기의 온실가스 발자국에 대한 오해를 푼다. 2006년 세계식량기구(FAO)는 보고서 '가축의 긴 그림자(livestocks long shadow)'에서 지구 온난화에 대한 육류 지분이 18%에 해당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같은 보고서 내 운송업 수치 14%와 비교되면서 화제가 되었다. 


이후 2009년 환경 전문 연구소 월드워치(Worldwatch)는 51%라는 수치를 발표했고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2011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10~12%, 2013년 유엔환경계획(UNEP)은 11%, 2020년 미국 환경보호청(US EPA)은 8%라는 수치를 발표했다. 심지어 이 세 곳의 수치는 축산업뿐만 아니라 농업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한 값이다.


기관별로 온실가스 배출량은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농업 기술이 발달하여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든 걸까? 책 <소고기를 위한 변론> 저자 니콜렛 한 니먼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기관별로 상이한 까닭은 '오류'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변숫값을 극단치로 적용했거나 관계없는 변수를 넣었거나 일회성 사건을 매년 발생하는 수치로 취급하는 등 연구 과정에서 오류를 범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디어에서 자주 인용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수치는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 변론 - 소고기 '물발자국'에 대한 오해


다음으로 저자는 '소고기 물발자국'에 대한 오해를 종식시키고자 한다. 저자는 책에서 소고기 1킬로그램을 생산하는 데 물 3682리터가 소요된다는 UC 데이비스 연구진의 자료를 인용한다.


이는 쌀 1킬로그램을 생산하는 데 드는 물의 양과 같다. 더 나아가 공장식 축산 소고기가 아닌 방목형 소고기로 계산해보면 소고기 1킬로그램당 물 1020리터라는 수치가 나온다. 영양가를 따진다면 밀보다 낫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가축으로서 소가 지구에 어떤 유익을 가져다주는지 설파한다. 생물다양성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사막화에는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말이다. 게다가 방목형 소는 오히려 온실가스를 토양에 격리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자연방목이 정말 대안일까


이 책의 결론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라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문제는 소가 아니라 방법이다.' 저자가 몇 번이고 반복하고 강조하는 문장이다. 즉 저자는 소고기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공장식 축산업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또한 고기를 끊는 것보다 오히려 방목형 소를 사육하는 방식이 여러모로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모두가 공장식사육 거부에 동참해야 한다. 내 눈으로 직접 봤기에 나는 산업화된 축산을 일말의 거리낌 없이 '일상화, 관행화한 동물 고문'으로 부른다.
- p.377
개인의 식품 선택을 통해 푸드시스템 개선에 기여하고 싶다면, 소고기를 끊는 것보다는 공장식사육 소고기를 자연방목 소고기로 바꾸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 p.99


만약 실제로 자연방목이 지구에 유익하다면, 저자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방목에 필요한 목초지는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환경 연구자 마이클 셸런버거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에 따르면 오늘날 인류는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지표면 중 4분의 1 이상을 쓰고 있고, 공장식 축산 대신 방목형 축산을 택할 경우 소고기 1킬로그램당 14배에서 19배의 땅이 더 필요해진다. 그렇다면 3개에서 5개의 지구가 필요하다. 자연방목이 정말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저자는 기존에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수치들을 반박하고 소고기의 누명을 벗기려 했다. 솔직히 독자의 입장으로서 개별 연구의 변수와 연구 과정, 연구 결과를 꼼꼼하게 훑지 못했기 때문에 무엇이 진실인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책은 소고기뿐만 아니라 우리가 먹는 음식에 대해 되돌아봐야 한다는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이다. 연구자와 환경운동가들뿐만 아니라 환경에 관심이 많은 일반 시민에게도 큰 울림을 전달할 것이다.


문제는 소가 아니라 인간이다 


다만 아쉬운 건 '온실가스 배출량'이라는 기준만을 가지고서 소고기를 변론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소가 아니라 인간 아닐까? 가축으로 소를 사육해서 먹는 인간이 문제지, 소가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책 <소고기를 위한 변론>은 줄곧 '고기'로서 소에 관해서만 다룬다. 이 책에서 말하는 소가 지구에 주는 유익도 결국엔 고기를 먹기 위한 인간의 편익을 따져보는 행위다. 이런 '인간 중심성'은 이 책이 가진 한계다. 


궁금한 게 있다. 소, 돼지, 닭, 양 등 동물의 생애를 탄소로 환원한 연구 결과는 왜 이토록 논쟁적이고 인간들의 이목을 사로잡을까. 이는 동물의 '가축화'와 관련이 있다. 작가이자 환경운동가 마이클 폴란은 <잡식동물의 딜레마>에서 동물은 인류와의 '계약'으로 가축화를 '선택'했다고 표현한다. 이 책 <소고기를 위한 변론>에서는 폴란의 말을 인용하며 소의 가축화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하지만 어떤 동물이 자신이 가축화 되기를 바라고 선택할까.


가축화는 단순히 길들이는 것을 넘어선다. 문화인류학자 마고 드멜로는 인간이 명확한 목적을 위해 동물을 가두고 동물의 번식을 제어하며 그들의 생존을 인간에게 의존하도록 유전적 특성을 발전시킬 때 가축화 되었다고 말한다. 즉 인간의 목적 하에 동물을 수단으로 길들이고 결국엔 '탈(脫)동물화' 하는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가축이었던 소는 없다. 소는 가축이 아니라 동물이다. 나는 기후위기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동물의 지나친 '탄소화'를 경계할 것을 제안한다. 좀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가축화에 기반한 탄소화를 반대한다. 탄소화는 인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동물을 도구적으로 맘껏 다뤄도 된다는 전제 하에 이뤄지는 연구다.


만약 에너지, 폐기물 등을 고려하여 인간의 활동을 탄소발자국으로 기록한다면, 우리는 그때도 소의 방귀와 트림 탓을 할 수 있을까. 인간의 해로움에 대해 격정적으로 논쟁할 수 있을까. 지구에 가장 해로운 동물은 인간 동물이다. 


책을 덮고서 다시 표지로 돌아오자. 이 책의 원제는 <Defending Beef>이다. 'Defending Cattle'(소를 위한 변론) 아니다. 소고기를 먹는 '인간'을 변론할 뿐이지, 고기가 된 '소'를 전혀 변론하지 않는다. 소를 위한 변호인은 어디에 있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