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도시 리뷰 2편] 대중교통과 공원
[홍콩 도시 리뷰는 도시공학 전공자이자 채식 지향인으로서 도시를 리뷰합니다. 이는 프로참견러의 리뷰 연재의 일부입니다. 건축물, 교통수단과 공공공간, 동물과 먹거리, 마카오 번외 편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연재합니다. 5일 동안 108,167보(하루 2만 1천 보) 구석구석 걷고 관찰하면서 느낀 바를 기록했습니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홍콩 리뷰를 시작합니다.]
볼거리가 가득한 여행지는 눈으로 기억한다. 먹거리가 매혹적인 여행지는 입이 기억한다. 하지만 인증숏만 남기는 여행은 앙꼬 없는 찐빵과도 같다. 가장 그리운 여행지는 손과 발이 기억하는 여행지다.
홍콩은 신체의 모든 감각을 깨우는 여행지다. 홍콩은 대중교통이 잘 발달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페리, 지하철, 이층 버스, 트램, 미니버스까지. 어느 여행지를 가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서민들의 일상을 관찰할 수 있고 잠시나마 그 나라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 낭만이 가득한 교통수단, 트램과 페리
스타페리는 홍콩만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이다. 구룡반도 침사추이 지역에서 홍콩섬 센트럴역이나 완차이 지역으로 최단거리로 갈 수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 비해 요금이 저렴하다. 낮에는 낮대로, 밤에는 밤대로 홍콩의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홍콩에서 여행하는 동안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이용했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홍콩 시민들도 자주 이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페리는 연식이 꽤 있어 보였다. 물결에 흔들리면서 오래된 고목에서 들리는 삐걱삐걱 소리가 듣기가 좋다. 특히 밤에는 페리 안에서 바라보는 야경이 굉장히 멋지고 낭만적이다.
스타페리가 홍콩 항구의 상징적인 존재라면, 트램은 홍콩 거리의 상징적인 존재다. 트램은 구룡반도에는 없고 홍콩섬에만 있다. 이층 버스와 자동차가 다니는 도심지에 트램 하나로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트램을 보고서 내가 홍콩 도심지에 와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자각하게 된다.
트램과 페리는 느리게 이동한다. 어쩌면 효율만 추구하는 홍콩과는 어울리지 않는 교통수단이다. 트램과 페리를 통해 관광객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를 충분히 누리길 바란다.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낭만적인 추억이 남을 것이다.
'빨리! 빨리!' 문화는 홍콩이 한수위?
홍콩에 도착하자마자 처음 탔던 교통수단은 MTR 지하철이다. 지하철역에서 가장 놀랐던 건 승강장으로 이동하는 중에 탔던 에스컬레이터다. 에스컬레이터 속도가 우리나라에 비해 1.5배~2배 정도 빠르다. 몸이 불편하신 분이나 노약자에게는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걷지 않는 이들은 오른쪽,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걷는 이들은 왼쪽에 있다. '빨리, 빨리' 문화가 유사하지 않은가? 속도만 놓고 보면 홍콩이 서울보다 한수 위다. 에스컬레이터는 홍콩이라는 도시가 얼마나 효율을 추구하는 도시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하철 노선별로 색깔이 달랐는데 각 노선으로 가는 통행로나 계단에 모자이크 타일 색깔로 표시했다. 처음 홍콩 지하철을 타는 우리도 어디로 향하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내부 분위기나 지하철을 타는 시민의 모습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다만 지하철 안에서는 음식이나 음료를 섭취할 수 없다는 게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다. 위반할 시 벌금이 부과되니 여행객은 조심해야만 한다.
홍콩 여행객이 반드시 타봐야 하는 이층 버스
마지막으로 홍콩에 방문한다면 도심지 주요 교통수단인 이층 버스를 꼭 타봐야 한다. 이층 버스는 앞문으로 탑승하고 뒷문으로 내린다. 당연히 이층으로 올라가 가장 앞자리에 타야 한다. 홍콩 도심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고층 건물과 홍콩 거리의 일상을 관찰할 수 있다.
이층 버스를 타고 다니다 보면 효율을 추구하는 홍콩의 체계적인 도시설계도 발견하게 된다. 홍콩에는 육교와 공중보행로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밀도 높은 도심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육교와 공중보행로의 높이는 이층 버스가 통과하는 높이다.
공중보행로를 잘 활용하는 공간을 소개하자면 센트럴역 IFC 건물 인근이다. 스타페리 센트럴 항구로 향하는 공중보행로도 있고 차도 위 공중공간을 활용한 IFC 건물의 애플 스토어의 풍경은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이층 버스에서 바라보는 차도를 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도시 밀도에 비해 자동차가 차지하는 도로와 주차장 면적은 작었다. 홍콩 자동차 보유율은 5~10%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에 알게 된 사실인데 홍콩은 자동차 등록세와 주차요금이 비싸기 때문이다.
홍콩 교통부에 따르면 자동차 등록세는 최소 46%에서 최대 132%까지 낸다. 4천만 원짜리 자동차를 사면 4천만 원 이상의 등록세를 내야 하는데,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두 배 이상의 자동차 가격을 지불해야만 한다. 쉽게 말해 웬만한 부자가 아니고서는 자동차를 주요 교통수단으로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교통 환경은 홍콩이 어떤 도시를 지향하는지 보여준다. 자동차 없이도 이동이 자유로운 도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매력적인 트램과 페리, 그리고 편리하고 쾌적한 이층 버스와 지하철까지. 대중교통수단 접근성은 높이고 승용차 이용은 제한했다. 승용차는 다른 대중교통수단에 비해 1인당 도로를 차지하는 면적이 크기 때문이다. 효율을 추구하는 도시에서 마땅한 일이다.
한때는 범죄도시였던 이곳
홍콩 시민의 일상을 조금 더 가까이서 엿보고 싶다면 공원에 가볼 것을 권한다. 우리는 4박 5일 동안 홍콩에 머물렀기 때문에 주요 관광지를 돌면서도 공원에 머무르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대표적인 공원은 빅토리아공원, 홍콩공원, 구룡채성공원, 구룡공원 등이 있다.
구룡채성공원은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명소 중 하나다. 구룡채성공원은 옛 구룡성채를 철거한 부지에 조성되었다. 구룡성채는 26,000㎡의 면적이며, 약 5만 명이 살았던 도시다. 서울광장의 두 배 정도 되는 곳에서 5만 명이 거주했다.
구룡성채는 행정구역상 도시는 아니지만 정치, 경제, 사회적인 활동이 이뤄지는 장소였다는 점에서 도시로 불린다. 문제는 마약, 불법 도박, 성매매, 살인 등 온갖 범죄의 소굴이었다는 점이다. 심지어 경찰도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었다. 게다가 내부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외부의 전기를 허가 없이 끌어썼다고 한다.
전기와 같은 에너지를 자급하지 못하는 이곳을 도시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히려 '범죄도시'라고 부르기에 적합하지 않을까. 어쨌건 이야기가 가득하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장소인 건 틀림없다.
공원 중앙에는 구룡성채에 관한 작은 전시관이 있다. 전시관 입구에 과거 구룡채성의 모습을 1:200으로 압축해 놓은 모형이 있다. 모형으로만 봐도 숨막히는 밀도다.
전시관 안으로 들어가면 옛 구룡채성 내 상업시설을 재현한 공간이 있다. 전시관 내에도 치과, 식당, 슈퍼, 이발소 등이 재현되어 있다. 사람이 앉고 서는 공간 말고는 없을 정도로 좁은 공간이었다. 물론 인가받지 않은 학교지만 구룡채성 내에는 학교도 있을 정도로 일상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갖춰졌다고 한다.
건축 현장에서 일해본 사람 입장에서 가장 신기했던 건 재현된 전깃줄이었다. 전깃줄은 이곳이 과거에 어떤 공간이었는지 가장 실감 나게 보여준다. 건물이 누더기옷처럼 겹겹이 위로 옆으로 증축되면서 전기도 증설되면서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광경이 만들어졌다. 도대체 수리는 어떻게 한 걸까. 누전으로 인한 화재로 건물이 소실되지 않은 것도 의문이다.
현재 구룡채성 공원의 풍경은 5만 명이 살았던 과거와는 다르다. 무법지대였던 이곳은 새소리가 지저귀고 푸른 나무와 식물이 대신 메우고 있다. 또한 거주민들이 즐기는 공원이기도 하지만, 나와 같은 관광객이 많이 보이는 공원이다.
공원에서 만난 태극권
구룡채성공원이 관광지로서 공원이라면, 빅토리아공원과 구룡공원은 홍콩 시민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공원이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에서 도보로 10분 내에 갈 수 있는 공원이었다. 고층빌딩이 가득한 도심지 사이에 푸른 나무로 덮인 숲이 떡하니 나온다. 이건 빅토리아공원을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조식을 먹고 여유롭게 공원을 산책했다. 홍콩에서 공원은 다양하게 이용된다. 날씨가 좋았기 때문인지 공원에는 학교나 유치원에서 단체로 소풍을 나온 어린이가 많았다. 벤치에 앉아서 휴식을 즐기는 홍콩시민도 볼 수 있었다. 돗자리 위에 삼삼오오 모여 피크닉을 즐기는 이도 있고 빅토리아공원에서는 캠핑 텐트를 치고 쉬는 풍경은 국내와 유사하다. 홍콩의 물가 때문일까? 편의점 음식이나 길거리 음식을 포장해서 혼밥 하는 시민들도 볼 수 있었다.
가장 눈길을 끈 건 부드럽게 몸을 움직이며 태극권을 수련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이었다. 태극권 한수 배워보겠다는 오지랖을 부려볼까? 잠시 고민했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국내 공원에서도 에어로빅이나 단체 체조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한 명의 강사의 동작을 따라 한다. 그러나 태극권을 수련하는 홍콩 어르신들은 혼자서, 둘이서, 때로는 단체로 수련하고 있는 모습이 다른 점이었다.
홍콩이라는 도시가 좀 더 친밀하고 가깝게 느껴진다. 대다수 관광객은 홍콩 도심지에 있는 주요 관광지에 들르고, 쇼핑하고, 음식을 먹느라 여행 일정을 꽉꽉 채울 것이다. 짧은 일정과 더운 시기의 여행 계획이 아니라면, 다양한 교통수단을 타고서 도심 곳곳에서 해찰도 하고 공원에서 산책하며 여유를 즐기다 오길 바란다. 기회가 되면 홍콩 어르신께 태극권도 배우고 말이다. 홍콩을 걷고, 타고, 관찰하자. 사진이 아닌 오감으로 기억되는 도시가 될 것이다.
* 추가 정보
빅토리아공원과 연결된 육교를 따라 홍콩중앙도서관에 갈 수도 있다. 국내로 비교하자면 국립중앙도서관과 같은 곳이다. 도서관 내부는 국내 도서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부 가운데가 뻥 뚫린 중정 구조 건축물이다. 개방감이 느껴진다. 각 층 동선은 가운데를 중심으로 한 바퀴 돌 수 있도록 했다.
특이했던 건 도서관 내부에서는 사진을 촬영할 수 없었다. 직원에게 사진 촬영이 불가한 이유를 물어보니 불편을 느끼는 도서관 이용객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곳곳에 정숙을 요구하는 문구가 적혀있다. 심지어 어린이 열람실도 조용하다. 도서관은 조용한 장소라는 걸 어려서부터 교육하는 듯했다.
[홍콩 도시 리뷰 1편] 하루 2만 보 걸으며 발견한 홍콩 건축 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