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도시 리뷰 1편] 홍콩으로 떠나는 건축여행
[연재 속 연재: 홍콩 도시 리뷰는 도시공학 전공자이자 채식 지향인으로서 도시를 리뷰합니다. 이는 프로참견러의 리뷰 연재의 일부입니다. 건축물, 교통수단과 공공공간, 동물과 먹거리, 마카오 번외 편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연재합니다. 5일 동안 108,167보(하루 2만 1천 보) 구석구석 걷고 관찰하면서 느낀 바를 기록했습니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홍콩 리뷰를 시작합니다.]
지난 11월 중순 5일 동안 홍콩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11월부터 3월까지는 홍콩을 여행하기 좋은 날씨다. 우리나라 가을 날씨와 유사하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반바지 차림도 무리가 없다.
서울을 한강 중심으로 강북과 강남으로 나누듯, 홍콩은 빅토리아 항구를 중심으로 구룡반도와 홍콩섬으로 나눌 수 있다. 사실 빅토리아항구 서편에는 란터우섬이 있다. 란터우섬에는 디즈니랜드와 홍콩국제공항이 있지만 이 연재에서는 구룡반도와 홍콩섬만 다룬다.
초고층빌딩이 빛을 뿜는 야경의 도시, 홍콩
홍콩은 건축과 도시를 공부했던 필자에게 굉장히 흥미로운 도시였다. 홍콩은 무엇보다 마천루와 야경이 유명하다. 실제로 홍콩을 마주하니 도시의 밀도감이 피부에 와닿았고 홍콩에서만 볼 수 있는 몇 가지 독특한 건축 특징도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홍콩 야경이 아름다운 이유는 고층건축물이 뿜어내는 빛 때문이다. 마치 나 좀 보라는 듯이 전광판에는 회사명이 적혀있기도 하고 각양각색의 빛깔을 뽐낸다. 특히 구룡반도에 있는 침사추이 쪽에서 홍콩섬을 바라보는 야경이 아름답다. 센트럴역, 애드미럴티역, 완차이역을 따라 빽빽이 들어선 초고층 건물이 반짝이기 때문이다.
센트럴역 인근 고층빌딩 사이에 있는 거리에 있다 보면 하늘을 보기 어렵다. 건물이 얼마나 높은지 확인하려고 고개를 젖히다 보면 생각보다 더 높은 곳이 꼭대기라는 점을 확인하고 새삼 놀라게 된다.
홍콩의 야경을 감상하기 좋은 장소가 하나 더 있다. 홍콩에 가면 꼭 가봐야 할 빅토리아 피크다. 올라갈 땐 피크 트램을 타고 내려올 땐 버스를 타볼 것을 권한다. 팁을 주자면 올라갈 땐 오른쪽 좌석에 타는 게 좋고 주말보다는 평일에 갈 것을 추천한다. 주말에는 많은 관광객이 몰리기 때문이다. 주말 방문 계획이라면 온라인으로 미리 예약하는 게 좋다.
피크트램은 가파른 급경사지를 타고 올라간다. ‘굴러 떨어지진 않을까?’라는 염려와 함께 손잡이를 꽉 붙잡게 된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번쩍번쩍한 주변 환경 때문에 눈은 쉴 틈이 없다. 산 중턱을 보니 고급 빌라와 고급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이 급경사지에 고급 주거지가 있다고?
홍콩의 습한 날씨 때문에 부자들이 산 중턱에 거주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전망이 좋은 위치에 단독주택이 위치하고 있다. 심지어 빅토리아 피크보다 높아 보이는 위치에도 주택이 있다. 홍콩 야경을 매일 내려다볼 수 있는 집이라니. 서울로 치자면 남산 중턱 사이사이와 꼭대기에 개인 주택이 있는 것이다.
참고로 홍콩의 토지는 전부 국가가 소유하고 이를 민간에 토지사용권을 준다. 민간은 임대료를 납부한다. 즉 남산 중턱에 산 중턱에 집을 지을 수 있도록 허가한 건 홍콩 정부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높이 규제나 건축 제한처럼 건축 규제로 경관이나 환경을 보호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홍콩 서민 일상이 궁금하다면 가봐야 할 곳: 몽콕과 삼수이포
이제 서민의 일상을 둘러볼 수 있는 곳으로 눈을 돌려보자. 익청빌딩은 여러 영화 촬영지로 유명하다. 세대가 다닥다닥 붙어서 밀도 높은 홍콩 주거양식을 잘 보여주는 건물이다. 홍콩 특유의 초고밀 건축물 때문에 여행 인증샷 명소다. 하지만 익청빌딩은 홍콩섬 도심부와 침사추이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근처에 특별히 볼만한 곳이 없기에 몽콕과 삼수이포 지역을 가보는 게 추천한다.
몽콕과 삼수이포에는 익청빌딩과 유사한 건축물이 즐비하다. 몽콕과 삼수이포에는 오래된 주상복합건축물이 많기 때문이다. 서민의 주택 양식뿐만 아니라 홍콩인의 일상을 느끼기에 좋다. 몽콕은 저렴한 식당과 상가도 몰려 있다. 밀크티나 커피 한잔 들고서 이곳저곳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기 좋다. 몽콕에도 주거 용도의 건물이 있지만 삼수이포 지역에 가면 더욱 많다.
일반적인 주상복합건축물 1층을 비롯한 저층부에는 상가가 있고 그 위로는 주택이 있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빌라촌이라고 불리는 다세대주택은 잘 보이지 않는다. 들어가 보지도 않았는데 주택인지 어떻게 아냐고? 창문 쪽에 허물 같은 빨래물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거주인의 패션 스타일 파악도 가능하다. 바람에 날려 날아갈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집에도 건조대가 있기 때문에 거리에 나오면 쉽게(?) 내 옷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쩌면 문 앞에 옷이 놓아져 있을지도.
주거지여서 안에 들어가 볼 수 없었지만 외관으로만 봐도 국내 주택보다는 규모가 작아 보인다. 좁은 창문 간격만 보면 교도소 외관과 흡사하다. 법적으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국내 최소 주거기준 면적은 14제곱미터이지만 홍콩은 8제곱미터다.
삼수이포 지역에는 '당방'이 있다고 한다. 당방은 우리나라에서 흔하진 않지만 서울 도심지와 몇몇 지역에 존재하는 쪽방과 유사하다. 당방은 방 하나를 둘이나 셋으로 나누어서 세를 주는 형태다. 당방에 이층침대나 삼층침대를 두고 다시 침대 하나씩 세를 놓는 형태인 '관재방'까지 있다. 홍콩 서민의 주거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확인할 수 있는 주거 형태다.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주거용도일지라도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일조권을 중요시하여 같은 공동주택 단지 내에서도 인동간격을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홍콩은 그럴만한 땅이 없고 토지 효율성을 위해 주택일지라도 일조권은 보장하지 않는다.
주상복합건축물뿐만 아니라 일반 공동주택단지의 풍경도 다르다. 우리나라는 같은 브랜드의 아파트 단지가 커서 세대수가 많지만 홍콩은 단지가 작아도 건축물의 높이가 높다. 또한 지상 녹지공간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홍콩은 의무 조경면적은 크게 차이가 없지만, 건폐율이 100%인 곳이 흔하기 때문이다. 1층에 조경면적 또는 공공공간을 마련하는 우리와는 다르게 건축물 내 공간을 활용하여 조경공간이나 주민커뮤니티공간으로 조성한다. 한국의 공동주택단지에서는 게이티드 커뮤니티(보안문 설치 등을 통해 외부인이 아파트 내부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가 문제 된 바 있는데 홍콩은 한 수 위다. 건물 밖에서는 보이지도 않는다. 아예 출입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비를 막아주는 도심지 건축물의 비밀은?
가장 흥미로웠던 건 거리에서 발견되는 독특한 건축 양식이다. 대다수의 오래된 주상복합건축물은 2층 이상 층이 1층보다 툭 튀어나왔다. 건축에서는 이를 캔틸레버 구조라고 한다. 이 때문에 1층 보행로 공간 위에는 자연스레 건물이 위치해 있고 비를 막을 수 있다. 자연스레 비막이 구조물이 되는 것이다. 다른 지역은 모르겠지만 센트럴역, 완차이역, 침사추이 일대의 오래된 건축물이 그러했다. 도심에서도 가벼운 비는 우산 없이 피할 수 있는 신기한 구조였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대나무 비계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대나무 비계는 천 년 이상 축적된 건축 기술로서 홍콩 무형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비계는 높은 곳에 설치하는 임시 가설물이다. 주로 외벽을 공사할 때 사용되고 국내 현장에서는 일본어 ‘아시바’로 통용되기도 한다. 국내 현장에서는 거의 철제 강관을 사용한다.
구룡반도 도심부에는 노후화된 건축물이 많기 때문에 외벽 보수 공사를 위해 대나무 비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홍콩 거리를 돌아보면서 놀랐던 점은 신축하는 현장에서도 쉽게 관찰할 수 있었고 딱 봐도 높은 건축물임에도 대나무 비계를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대나무가 강관에 비해 가볍기 때문에 설치가 용이하고 속도도 훨씬 빠르다고 한다.
자연에서 나는 재료이며 재사용도 가능하다. 물론 국내에서 사용되는 강관 비계도 재사용이 가능하지만 대나무 비계는 자연에서 나는 재료라는 점에서 더욱 친환경적이다.
최근 홍콩 화재 사건 때문에 대나무 비계가 도마에 올랐다. 대형화재의 원인을 대나무 비계로 꼽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재의 근본적인 원인은 극단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때문이지 않을까? 비계를 강관으로 전부 바꾼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다른 건축 자재를 저렴한 재료를 쓴다면 또다시 반복될지도 모른다.
건축 문화에서 느껴지는 홍콩식 자본주의의 쓴맛
홍콩은 낮엔 어둡고 밤에는 반짝이는, 참 이상한 도시다. 일조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햇볕도 들지 않는 주거 환경이 조성되었고, 해가 져도 반짝이는 고층 건물 때문에 홍콩은 잠들지 않는다. 이뿐만이 아니라 작은 집, 일조권을 보장하지 않는 주거 환경, 우산이 필요 없는 거리의 모습도 홍콩식 자본주의를 보여준다.
당연히 나 같은 대다수 관광객은 고층건축물의 풍경과 화려한 야경이 신선하면서도 흥미롭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홍콩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홍콩은 소득 대비 집값이 가장 높은 도시다. 부자가 아닌 이상, 주거 환경이 쾌적할 수 없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홍콩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야경을 비롯한 건축물의 모습이 그저 낭만적으로만 보이지는 않았다. 건축물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도시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실체다. 고층건축물 사이 거리를 걷다 보니 홍콩식 자본주의의 쓴맛이 느껴진다.
다음 글에서는 홍콩의 교통수단과 대중교통을 리뷰한다.
[홍콩 도시 리뷰 2편] '이것'을 타봐야 홍콩 여행을 한 것이다
참고자료
- 류영하, 2023, 홍콩산책
- 조성찬, 홍콩식 토지 공개념 진정한 아시아의 해방구가 되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