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P 상권 쇠퇴의 두가지 원인

by 현우

DDP는 2014년 개관한 복합문화공간이다. 각종 전시, 패션쇼, 포럼, 콘퍼런스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진행하는 곳이다. 국제지명초청설계공모를 통해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설계안이 당선되어 오늘날의 모습으로 건립되게 되었다.


자하 하디드는 여성 최초로 프리츠커츠 건축상을 수상한 건축가로, 1994년 비트라 소방서를 시작으로 세계 곳곳에 다양한 건축물을 설계했다.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DDP는 '외계인의 똥'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지만 주목할 수밖에 없는 외관을 지녔다.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알루미늄패널을 사용한 데다가 외벽은 평면이 아닌 곡면이다.


당연히 외장재인 알루미늄패널을 제작하는 기간만 해도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국내 사정상 시공경험이 없다 보니 돈과 시간은 배로 들었다. 결국 DDP는 당초 예산을 훌쩍 넘어서는 5,000억이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완성되었다.


역사적 맥락과 장소성이 고려되지 않은 DDP


최근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약속이 있어서 몇 차례 방문했다. 주말에는 영화도 보고 광희문에서 동대문을 거쳐 집까지 걸어오면서 동대문 주변 환경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현재 DDP 모습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먼저 동대문운동장의 터였던 이곳에서 그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공원 내에 기념관이 조성되어 있지만 DDP라는 거대한 건축물에 가려져 처음에는 있는지도 몰랐다.


이십 대 중반이 되어 서울에 온 필자는 동대문운동장에 관한 추억이 없다. 하지만 서울이 고향인 많은 시민들은 동대문운동장에 관한 향수를 기억할 물리적인 흔적이 거의 사라졌으니 아쉬울 테다.


두 번째로 아쉬운 점은 조선시대 '동대문'으로서 역사적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상지 인근에는 동대문이 있을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유적인 이간수문과 멸실된 줄로만 알았던 한양도성 일부가 발굴됐다.


이간수문은 성곽 아래로 물이 흐르도록 만든 두 칸의 수문을 뜻한다. 이간수문과 한양도성에 관한 이야기는 서울시립대 정석 교수의 책 <나는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가 좋다>에 보면 자세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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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원에서 복원된 이간수문과 한양도성을 볼 수 있지만 문제는 눈에 띄는 장소에 있지 않다. 이는 발굴 위치 때문이라기보다는 DDP 건축물 때문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현재 DDP와 공원의 모습은 대상지의 역사적 맥락과 장소성은 충분히 담았다기보다 한 건축가의 훌륭한 건축 작품에 가깝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자하 하디드가 훌륭한 건축가라는 것은 틀림없지만 장소성을 충분히 담지 못한 설계안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결론적으로 현재 DDP는 발굴된 이간수문과 한양도성뿐만 아니라 동대문운동장으로서 장소성도 거의 사라졌다. 반면 설계공모 당시 조성룡 건축가의 안(2위)과 승효상 건축가의 안(3위)은 기존 장소성을 잘 살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만약 자하 하디드의 안이 아닌 조성룡이나 승효상의 설계안대로 추진되었다면 지금의 동대문은 어떤 모습일까?


동대문 인근 상권이 쇠퇴한 이유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국회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핵심 공약으로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해체하고 서울 돔을 설치하여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DDP가 주변 상가들과 단절되어 동대문 상권을 죽게 만들었다는 이유다. 그렇다면 실제로 동대문 상권은 죽었을까?


DDP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은 함께 설계되었지만 직접 방문해서 걸어보면 서로 긴밀하게 연계된다는 느낌이 덜하다. 이는 DDP가 창이 많지 않아서 닫힌 형태의 건축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DDP 안에 있는 음식점, 카페를 비롯한 상업시설은 사람이 붐빈다. DDP 내부로 집객 하는 효과는 있지만 주변 상권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권이 완전 죽은 것도 아니다.


만약 전현희 국회의원의 주장처럼 서울 돔을 설치하여 랜드마크를 만든다면 주변 상권을 되살릴 수 있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잠실운동장은 스포츠 경기나 문화공연 등으로 관람객을 모았다가 경기나 공연이 끝나면 많은 인파를 주변 상권으로 내뿜기 때문이다. 이런 효과를 염두에 둔 공약일 테다. 또한 기존 동대문운동장이라는 장소성을 살린다는 점에서도 합리적인 공약처럼 보인다.


하지만 약 5,000억 원을 들여 지은 건물을 20년도 되지 않아 허물고 돔을 설치한다는 게 과연 타당한 주장일까? 기존의 역사성을 깡그리 무시하고 자하 하디드의 설계안을 선택한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정치인들은 왜 이리도 선거철만 되면 랜드마크를 만드려고 하는 걸까?


DDP 주변 도시설계의 진짜 문제는 '자동차 중심'


마지막으로 광희문부터 청계천과 동대문 그리고 흥인지문공원까지 걸으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광희문부터 흥인지문까지 더 나아가 그 반대편인 광희문부터 남산성곽까지 성곽길이 연결되었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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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비현실적인 상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특히 광희문부터 남산까지 연결되는 성곽은 일제강점기 시대에 멸실되었고 그 자리에는 현재 주거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걸으며 수많은 자동차가 통행하는 광경을 목격했고 자동차 소음이 귀에 들렸다. 광희동사거리에서 만나는 장충단로와 퇴계로는 4차로인 데다가 교통량이 많은 곳이다. 퇴계로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과 광희문을 가르고 퇴계로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과 두타몰과 밀리오레 등 쇼핑몰이 밀집한 지역을 가른다.


넓은 차로로 구획된 각 지역은 연결성을 가지기 쉽지 않다. 걷다 보니 서울이라는 도시가 자동차에 너무나도 친절하게 설계되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넓은 차로만 아니었더라도 DDP를 중심으로 한양도성 방면, 밀리오레와 두타몰 방면, 광희문 인근 주거지역과 카페거리, 공원 동측과 북측 상권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었을 것이다.


IMG_5603.HEIC 청구로와 DDP 인근 쇼핑몰 풍경


물리적인 교통 환경을 뛰어넘으면서도 역사적 맥락을 잇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해 봤지만 좀처럼 해결 방안은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DDP가 현재와 같이 닫힌 형태의 건축물이 아니었다면 조금은 다를 수 있었을 것 같다. 지하철역과 개방된 형태의 DDP라면, 공원 북측과 동측의 상권은 되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처럼 막힌 형태의 건축물 DDP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 단절시켰고, 더 나아가 공원의 북측과 동측의 상권까지 연결을 막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광희문에서 한양도성길을 따라 청구역 방면으로 이어진 청구로 도로변에 분위기 괜찮은 카페들이 꽤 보인다. 동대문이나 신당역에 비해 사람이 붐비지 않고 1차로여서 자동차도 많지 않은 동네다. DDP 주변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거리다.


봄 기운이 돈다. DDP 주변과 광희문 인근 골목골목을 거닐기 딱 좋은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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