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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우 Nov 01. 2020

일회용품이 함께 오는 채식 배달의 아이러니

우리는 원래 배달의 민족이 아니다. 10년 전만 해도 배달음식은 치킨, 피자, 한식, 중식이 전부였다. 이제는 배달의 민족이 되어가고 있다. 비대면 시대에 배달량이 더욱 늘었고 배달업 플랫폼은 급성장했다.


나는 배달음식을 좋아하진 않지만 가끔 배달음식을 주문한다. 간편하기 때문이다. 하루에 네 끼를 요리하고 싶을 정도로 '요리욕'이 넘치는 날이 있지만 어떤 날은 '먹기만' 하고 싶을 때가 있다. 바로 그런 날 배달음식을 주문한다. 간편함을 선호하기 때문에 엄격한 비건이 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비건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채식 식당은 찾아보기가 힘들고 배달음식은 더욱 그렇다. 페스코 베지테리언, 비덩주의자 정도는 되어야 음식 메뉴를 고를 수 있다. 최근 '배달의 민족'에 채식 메뉴 카테고리가 생겼다고 한다. 어쨌건 채식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배달음식이 채식이라도 채식주의와 반하는 지점이 있다.

* 페스코 베지테리언: 육류와 가금류만 먹지 않는다. 생선과 유제품, 달걀은 취급한다.

* 비덩주의자: 덩어리 고기를 먹지 않는다. 동물성 식품첨가물은 허용한다.


ⓒ 참여와 혁신


첫째, 배달음식은 불가피하게 일회용품을 사용한다. 배달 주문 시 고작 할 수 있는 건 일회용품을 빼 달라는 옵션을 선택하는 것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포장용기는 모두 비닐과 플라스틱이다. 배달음식 시켜먹는 날은 재활용 분리수거함을 가득 채우는 날이다. 일회용품이 왜 채식주의와 반하는 거냐고? 채식주의는 단순히 고기만 먹지 않는 운동이 아니다. 지구와 환경을 살리는 환경운동이기도 하다. 일회용품 생산과 처리 과정은 환경에 영향을 끼친다. 결국 자연환경에 살고 있는 동물들에게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채식주의와 반하게 된다.


둘째, 배달은 연료를 사용한다. 요즘은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서 배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오토바이로 배달한다. 연료는 지구로부터 나오고 발생한 매연은 환경을 오염시킨다. 결국 동물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결국 채식주의에 반한다. 마찬가지 이유로 수입농산물과 수입상품들을 구매할 때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셋째, 배달은 인간동물을 착취한다. 대부분 오토바이를 타고서 배달한다. 폭우라도 쏟아지는 날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배달량이 늘어난다. 외출을 삼가고 집에서 배달 주문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불쾌한 감정을 감출 수 없을 때가 많다. 신호를 지키지 않는 건 다반사고 배달음식들을 싣고서 인도를 달리거나 횡단보도를 달린다. 인도를 걷다가 마주 오는 오토바이에 깜짝 놀라기도 하고 아찔하게 오토바이가 스쳐 지나간 적도 있다. 이 모든 건 배달 기사만의 탓은 아니다. 문제는 배달 구조에 있다. 건당 금액을 받기 때문에 배달기사는 더욱 속도를 내고 불법을 자행할 수밖에 없다. 폭우가 쏟아지면 배달량은 늘어난다. 건당 지급액이 올라가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배달 콜을 받는다. 인간동물을 착취하지 않는 배달이 가능한 날이 올까.


ⓒ 라이더유니온


채식주의자는 부지런해야 한다. 진정 환경과 동물을 생각한다면 포장재로 가득한 배달음식 주문을 자제해야 한다. 비가 오는 날이면 더욱이 배달 주문을 자제해야 한다. 아무리 피곤하고 귀찮아도 음식을 해 먹거나 식당에 찾아가는 수고가 필요하다.


채식주의자는 간편함과 싸워야 한다. 나는 그 싸움에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진다. 간편함은 그 어떤 유혹보다 강력하다. 간편함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채식주의자가 될 수 없을까? 일회용품 없는 배달, 연료를 덜 쓰는 배달, 인간동물을 착취하지 않는 배달이 가능한 날이 올까?


나는 부지런해지고 싶은, 아직은 게으른 채식주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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