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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우 Nov 13. 2020

비건과 논비건이 함께 즐기는 채식 메뉴

후무스와 마라샹궈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방울토마토를 알고 있다. 2년 전 테라스에서 수확한 방울토마토다. 매일 물을 주고 반년 가량을 기다려 두 개의 방울토마토를 수확했다. 아내와 방울토마토에 얽힌 추억을 나누며 먹었다. 그 어떤 방울토마토보다 맛있었다.


최고의 안주는
알싸한 추위와 같이 나눠 마실 사람.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대사다. '맛있다'는 분명히 음식에 대한 표현이지만 여러 요소가 함께 담긴 표현이다. 시간과 계절, 공간 그리고 함께 식사를 하는 이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더 나아가 감정과 기억을 담기도 한다.


1. 비건 후무스와 버무림

채식을 시작하고서 외식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채식 식당이 흔하지 않다 보니 집에서 요리하는 빈도수가 많아졌다. 버무림(샐러드)은 간편하다. 알록달록한 채소와 과일을 씻고 손질해서 보울에 담기만 하면 된다. 쉽고 간편하다.


요즘 새로운 비건 요리를 발견하고 하나씩 요리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최근 동물권 모임에서 후무스라는 음식을 알게 되었다. 병아리콩을 물에 불려 삶은 후에 깨와 소금 그리고 올리고당을 넣어 믹서기에 넣고 갈아낸다. 농도 조절에 실패했지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묽은 후무스를 완성했다. 후무스는 기존에 먹던 버무림 식단과 곁들여 먹는다. 블루베리와 방울토마토의 새콤달콤한 맛과 톡톡 터지는 식감은 후무스의 진하고 구수한 맛을 중화시켜준다. 버무림은 식후 잔반이 없고 설거지가 간단하기에 여러모로 완벽한 한 끼다.


2. 비건 마라샹궈

하루 건너 요리하는 마라샹궈도 최근 새롭게 발견한 비건 요리다. 마라의 매력은 얼얼하고 알싸한 매운맛이다. 맛이 정말 중독적이어서 마라에 마약 성분이 있는 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다.


실은 아내가 좋아해서 함께 먹다가 나도 마라에 빠져버렸다. 주로 배달시켜 먹었는데 일회용품 문제로  마라샹궈 요리에 도전하게 되었다. 요리를 거듭해갈수록 점차 우리 입에 맞는 마라의 맛을 찾아가고 있다.


집에서 마라샹궈를 요리해서 먹으면 좋은 이유가 여럿 있다.

첫째,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다.

둘째, 먹고 싶은 재료를 마음껏 넣어도 저렴한 가격에 마라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우리는 팽이버섯, 양배추, 배추, 청경채, 양파, 당면, 두부를 넣는다.

셋째, 논비건인 아내가 좋아한다. 마라샹궈가 좋은 결정적인 이유다. 나는 생채소도 좋아하는 편인데 아내는 익은 채소를 좋아해서 고기 없이도 익은 채소를 즐길 수 있는 마라샹궈는 우리 부부에게 최고의 음식이다. 아내가 말한다. "오늘은 입맛이 없네?" 그날은 마라샹궈를 요리하는 날이다.


 아내도 비건이야?


비건 지향한다고 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둘 다 비건이 아닌 부부는 평범치 않다는 걸 전제한 질문이기도 하다. 그만큼 비건과 논비건이 함께 사는 삶은 누가 봐도 이상한가 보다. 한 식탁에서 서로 다른 음식을 먹는 상황을 상상하기 쉽지 않다. 다른 일상생활도 그렇듯 우리 부부는 식탁 위에서 존중과 배려를 통해 평화와 행복을 유지한다. 때론 깨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식사는 단순히 먹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나는 입에서 느껴지는 미각적인 맛보다 머리와 가슴에서 느껴지는 정서적인 맛을 오래 기억한다. 그래서 함께 식사하는 사람이 누구냐가 중요하고 식재료가 생산되는 과정, 장보고 요리하고 식사하고 소화하는 시간이 음식의 맛을 결정한다. 그 과정은 마치 숲과 같다. 숲 속 모든 존재들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



비건 마라샹궈 요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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