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재택근무가 아니라 원격근무 중입니다.
3달째 집에서 일하고 있는데,
회사에서는 우리가 재택근무 하는게 아니라고 했다.
그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우리가 8시간동안 하는건 뭘까? 재택근무가 뉴노멀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사가 종종 보이던데, 그말은 틀린걸까?
영국 총리가 lockdown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첫 주에, 우리 회사 CTO가 Design+Engineering 팀 직원 전체에게 전하는 메시지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This is not working from home.
We’re working remotely.
재택근무(working from home)는 개인의 사정과 편의를 위해, 직원들에게 주어지는 유연한 근무 제도를 말한다. 하지만 회사는 우리의 상황을 원격근무(remote working)라고 표현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정부의 lockdown 결정이 전 직원을 원격근무 체제로 전환하도록 했다고 보는 회사의 관점이 인상적이었다.
편의를 위한 재택근무 환경이 아니라, 부득이하게 적응해야만 하는 원격 근무 환경에서, 최대한 정상 업무가 가능하도록 노력하고 있는 전 직원에게 감사하다고 회사는 감사 인사를 했다. 그 이후에도 여러번, 회사의 다양한 부서로부터 직원들에게 보내는 감사 인사 메일을 받았다.
원격근무는 혜택이 아니다.
집에서 일하는 상황을 재택근무 혜택을 받고 있는 것처럼 사탕발림하지 않는 회사의 진솔한 태도가 참 고마웠다. 업무를 하는데에 최적화 되어있는 공간이 아닌 곳에서 우리는 현재 업무 중이다.
어린이를 돌봐야 하거나,
집을 쉐어 중이거나,
테크니컬한 문제가 있어서 온라인 상태를 유지하기 힘들거나
모두 다른 이유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업무를 해나가고 있다. 직원들의 힘든 상황을 이해하고, 최대한 개개인의 워라밸을 존중하려는 회사의 태도가 원격근무를 대하는 가장 첫번째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그럼, 원격근무는 뉴노멀일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경제적 표준을 뉴노멀이라고 부른다는데, 현재의 원격근무가 표준이 될지는 모르겠다.
단순하게 업무 환경이 사무실에서 집으로 옮겨가는 것만을 뉴노멀이라고 부르기엔 뭔가 부족하다. 특수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업무 환경을 사무실에서 집으로 장소를 옮겼다 것외에도,
어떤 점이 바뀌고 있는지
어떻게 바꾸고 싶은건지
개개인이 추구하는 것들이 형태를 갖춘 후에야 우리가 어떤 표준을 만들고자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뉴노멀이 어느날 새로 뿅! 생기는 것은 아닐텐데. 우리가 바라는 것을 성취하려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변화가 생길 때, 비로소 그 변화가 뉴노멀인지 아닌지 논할 수 있을 것 같다.
뉴노멀이 올 때까지 우리, 뭐하면 좋을까?
국가별로 점차 lockdown을 해제하는 상황이지만, 영국에서는 일반적인 직종 (key worker가 아닌 직업군) 사람들이 회사로 돌아가는 계획을 아직 뚜렷하게 발표하지 않고 있다.
새로운 업무 환경을 탐색하는 기회
원격근무가 지속되는 동안,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고 탐구하는 기회로 만들면 어떨까? 3달동안 집에서 일하면서, 내게 맞는 딱 업무 환경은 어떤 것인지 하나씩 알아가고 있다.
특히, 매주 UX&D 팀에게 발송되는 뉴스레터에는 디자이너들이 원격업무를 건강하게 하는 팁을 하나씩 공개하고 있는데, 각자 새로운 근무환경을 재미있고 건강하게 바꾸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어서 도움이 된다.
건강한 멘탈 챙기기: 비정상인게 정상이다.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특수한 상황이다. 우리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처해있다. 비정상적인 때에 정상적으로 일하려고 애쓰는 것은 비정상이다. 비정상 속에서 정상적으로 행동하려고 애를 쓰다가 정신 건강 (mental health)을 해치지 말자.
실천하기 쉬운, 소소한 방법으로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건강한 마음과 몸을 유지하는 것이 제일 우선이다.
따라하기 쉬워보이는 팁들을 하나씩 실천해봤다.
미팅 시작 전에 다 같이 스트레칭하기
고양이 쓰다듬기
화상채팅 금지 시간 정해두기
걷는 시간을 틈틈이 가지기
새로운 패턴 만들기: 환경, 휴식, 시간 조절
회사를 다닌다는 것은 일주일에 5일,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회사 건물에 들어갔다 나와야 하는 것이라고 여겼었다. 주어진 업무 환경과 패턴에 나를 맞춰서 살았다.
풀타임이면, 일주일에 5일 일한다.
업무는 팀과 함께 앉는 책상에서 한다.
미팅이 있으면 정해진 회의실로 간다.
휴식은 급한 업무가 없을 때 테라스에서 한토막 쉰다.
지금은 오피스 책상, 회의실, 테라스도 없다. 오직 나만을 위해 새로운 환경과 패턴을 조성할 기회다. 지금껏 한번도 묻지 않았던, 나의 업무 효율을 끌어올려줄 환경과 패턴은 무엇인지 탐색하는 중이다.
환경
매일 똑같은 풍경으로만 일하기보다는, 집 안의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환경을 바꿔봤다.
혼자하는 업무는 책상에서 하고,
미팅을 할 때는 볕이 잘 드는 주방에서 하고,
듣기만 하는 미팅은 마당에서 스트레칭하면서 한다.
휴식
휴식을 자주 취하는 것은 아직 훈련 중이다.
앉아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지 않도록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티타임 알람을 맞춰두었는데,일하는 리듬을 깨기 싫어서 알람을 종종 무시해버렸다.
앉은 자세가 나빠지고 있어서, 오후에 짧은 산책으로 휴식 시간을 다시 지켜볼 계획이다.
시간 조절
대부분의 미팅이 화상채팅으로 이루어지니까, 사람들의 피로도가 높아진다.
미팅 시간을 5분 늦게 시작하거나, 일찍 끝내서, 미팅이 연달아 있는 사람들에게 짧은 휴식을 주는 습관을 들이자고 팀에서 의견을 내고 실천하려고 노력 중인데, 모두 아직은 훈련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작은 변화 외에도,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유연한 업무 시간제도 (flexible working arrangement)를 활용하는 직장동료들도 있다. 총 업무시간을 유지하면서 업무일을 5일에서 4일로 바꾼다던지 (compressed working hours), 오전 또는 오후만 근무한다던지,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직장동료들이 가장 많이 업무 시간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여태까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평균에 나를 맞춰서 살아왔다. 뉴노멀은 새로운 표준이라는데, 적어도 새로운 표준에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바라는 것을 반영하는 기회로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전백승이랬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 전세계를 마구잡이로 공격해다는 적을 우리는 아직 잘 모른다.
온 세계가 아픈 와중에, 우리가 원하는 삶에 대해서 하나라도 알아야 뉴노멀이 다가왔을 때 1승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표준 앞에서
우리, 수동적일까? 능동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