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오피스 2/3
AI와 함께 쓰는 디자인 픽션.
고스트 오피스 3부작 시리즈, 두 번째 에피소드.
AI 아바타 등록일
“아, 진짜… 너무 좋으시겠어요.”
동료의 말은 진심이었다. 동시에 질투였다. 유라는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애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신청했어요.”
사실, 결정하기까지 유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남편은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신청하라고 부추겼었다. 가고 싶었던 일본여행도 가고, 아침에 등원할 때도 급하게 준비하느라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을 거라며 유라보다 남편이 더 신이 나있었다. 세종시 출장 갈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는데 다행이라고 하는 그의 모습에 유라는 결국 70/30 Flex 프로그램 신청서를 제출했다.
신청 다음날. 유라에게 AI 아바타 등록 링크가 메일로 도착했다. 유라는 풀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매일 30%만 집중해서 유라의 AI 아바타 업무를 모니터링하는 구조로 루틴을 바뀌었다.
업무용 랩탑의 카메라를 응시하며 유라의 얼굴을 스캔하더니, AI 아바타가 화면에 나타났다. 유라처럼 웃고, 대답하는 아바타는 어색할 때마다 왼쪽 귀를 쓰다듬는 유라의 습관까지 따라 하고 있었다. 소름이 돋는 걸 참으면서, 이어지는 말투와 어조 트레이닝 화면을 넘겼다. 세팅이 끝나고 첫 업무 이메일. 유라가 보는 앞에서 AI 아바타는 유라가 평소에 쓰는 이모티콘과 말투를 섞어서 업무 이메일 회신을 마쳤다.
70/30 제도 런칭 한 달 후
사내에서 70/30 제도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커졌다. 5월에는 맞벌이 부모를 위주로 신청서를 받았었지만, 일반 직원들의 문의가 너무 많았다. 결국, 70/30 Flex 프로그램 신청 범위를 넓혀 더 많은 사람들이 AI 아바타로 일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유라는 아이들 등원을 마치고, 근처 빵집에 들러 아이들 간식거리를 사서 집에 돌아왔다.
거실은 조용했고, 커피 테이블 위에 올려둔 업무용 노트북을 켰다. 풀재택근무와, 30% 업무 시간 분배는 유라의 아침을 평화롭게 했다.
“오늘도 잘 부탁해.”
유라의 AI 아바타가 스크린에 나타난다. 생기 있는 모습, 유라도 스크린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며 미소 지었다. AI 아바타는 어제 퇴근 시간 이후에 도착한 업무 메일에 회신을 시작했다. 그녀의 아바타는 생각보다 일을 잘했다. 사내 메신저 대화에 능숙했고, 정리도 빨랐다. AI 아바타가 작성하는 보고서 첫 페이지엔 익숙한 말투가, 회의 피드백엔 유라 특유의 완곡함이 녹아 있었다.
모든 게 괜찮았다. 진짜 ‘워라밸’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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