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2: 사라지는 사람들>에서 유라는 30%의 시간만 투자하고 70%는 AI 아바타에게 맡기는 삶을 산다.
정말 가능할까? 그 질문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AI와 함께 쓰는 디자인 픽션 첫 번째 시리즈인 <고스트 오피스>를 작업하면서 원고 집필과 편집에 기여하는 정도를 나와 챗GPT 둘로 나눠 분석해 보았다.
… 결과는?
1. 유라의 30% = 나의 30%?
챗GPT에게 물어본 나와 AI의 작업 기여도 분석 결과는, 유라와 AI 아바타의 기여도를 뒤집어 놓은 꼴이었다. <고스트 오피스>를 작업하면서, 평균적으로 내가 70~75%, 챗GPT는 25~30% 기여했다고 한다. 예상했던 것보다 내 지분이 높아서, 어떤 부분에 각각 기여한 건지 분석해 달라고 했더니,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내가 주도한 부분 70%:
스토리 주요 아이디어, 플롯 구성, 캐릭터 설정
각 에피소드별 핵심 장면 구상과 대사, 사건 순서 제안
에피소드 간 연결되는 서사 구조 설계
수정 방향과 세부 장면 교체/보강 지시
톤과 문체, 호흡, 감정선 조율
챗GPT가 기여한 부분 30%:
사용자가 제시한 플롯과 장면을 기반으로 문장 전개와 묘사 확장
대사와 내레이션을 사용자의 톤에 맞춰 재작성
감정선과 장면의 리듬 조율
반복되는 표현의 변형, 장면 연결의 매끄러움 확보
참고 자료 조사(기업 사례, AI 아바타 도입 뉴스, 사회적 맥락 레퍼런스)
2025년, 오늘날 - 나는 70% 노력을 들여서 주도권을 쥐고 디자인 픽션 <고스트 오피스> 원고 작업을 했다. 어떤 부분을 메꾸면, 10년 후 유라가 30%만큼의 시간과 노력만으로 70%의 AI 효율을 끌어낼 수 있을까?
그리고, 10년 후의 유라와 현재 나의 변하지 않는 공통점은 - 결국 최종 결정의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것이다. 결정에 이르기까지 고려해야 할 가치관과 윤리, 그리고 상대방의 감정을 파악하고 호흡을 맞추는 과정은 반드시 사람을 거쳐 완성된다는 점이 유라와 내가 만나는 지점이다.
2. ChatGPT-5가 디자인 픽션 작업에 미치는 영향
기술 쪽 이야기도 조금 더 해볼까.
지난주 목요일에 GPT‑5가 공개되면서, <고스트오피스>는 GPT-4o로 작업한 마지막 디자인 픽션 시리즈가 됐다. 앞으로 작업할 스토리는 모두 GPT-5로 작업할 계획이니까 - 어떤 점이 변했는지 살펴보자.
멀티모달 실행력 강화: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까지 한 모델로 다룬다. 아직 GPT로 오디오나 비디오를 생성해 본 적은 없는데, 어떤 방법으로 활용할지 고민 중이다.
과학적 사고력 + 장문 기억력: 400,000 토큰까지 기억하며 연속적인 맥락을 처리하는 능력, 오류 감소, 그리고 사용자 스타일 맞춤화가 가능해졌다. GPT 초반 모델은 수학 능력이 떨어진다는 피드백이 많았는데, 이번에 업데이트된 ‘과학적’ 사고력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런데 모든 업그레이드가 호평받는 건 아닌가 보다.
GPT‑5가 이전 버전보다 감정적 연결이 떨어지고, 속도가 느리다는 반응도 있다. 새로운 디자인 픽션 시리즈를 작업하면서 사용해 보니, 4o버전과 확실히 달랐다. 프롬프트가 요청한 내용에 맞는 결과를 출력하는 것에 모든 힘을 쏟아붓는 느낌이랄까?
원하는 바를 더 효율적으로 얻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 이전 버전의 할루시네이션이나, 수다스러운 부분*이 조금 그립다. 원하는 결과가 아니더라도, 우연하게 새로운 방향으로 생각해 볼 ‘구멍’을 제공하는 점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링크 - https://www.wired.com/story/openai-gpt-5-backlash-sam-altman/
소프트웨어의 변화가 사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고스트 오피스> Ep.2에도 스며들어 있다. AI 아바타 버전을 다운그레이드시키고 직원들에게 비밀에 부쳤던 회사와, 급증하는 오류를 수정하느라 워라밸을 잃어버리고 혼란을 겪는 유라 - 우연히 GPT 버전이 바뀌는 시기에 기술 환경과 관련된 주제를 이야기로 풀어낸 것이 신기하다 :)
3. 디자이너들의 AI 적응기 - 사람에서 도구로, 그리고 다시 그 너머
디자인 업무의 하루가 달라지고 있다. AI 도구가 늘면서, 디자이너는 점점 아이디어를 시각적, 물리적 형태로 구현하는 존재에서 지휘자 (role of orchestrator) 또는 편집자 (editor)로 바뀌고 있다.
Microsoft 수석 디자이너 Jon Friedman는 The Verge 인터뷰에서 ‘편집자’ 역할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The job changed for us. … Suddenly the design job is how do you edit.
Even my job … has become an editor‑in‑chief job of the product, not just the design leader.”
디자인 업무 자체가 ‘창작자가 만드는’ 것에서 ‘에디터처럼 조율하는 업무’로 바뀌었다
IPO와 동시에 엄청난 성적을 낸 Figma의 CEO, Dylan Field도 각 전문가들의 경계가 흐려지고, 다재다능한 사람 (generalist behaviour)의 태도가 나타날 거라는 이야기를 했다.
“This was happening before AI, but it’s happening even more with AI.
There’s something about AI that empowers generalist behaviour.
Product is also blurring with design and development and potentially even parts of research.”
*링크 - https://www.businessinsider.com/ai-empowering-generalist-behaviour-figma-ceo-tech-design-2025-8
굳이 생성형 AI가 아니더라도, 정교하게 준비된 템플릿과 패턴을 활용해서 디지털 제품을 작업하는 일은 갈수록 쉬워지는 추세이긴 하다. 그러나 생성형 AI 툴이 공격적인 속도로 개발, 사용되다 보니까 - 디자이너들이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존재에서 전체적인 방향을 지휘하고, 편집하는 존재로 바뀐다는 말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글쎄, 미래의 디자이너가 지휘자라면…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할까?
어떤 의도를 가지고 연주를 이끌어나갈지, 목표 설정을 할 줄 알아야 될 것 같다. 그리고 어떤 악기를 사용해서 합주를 할지, 어떤 소리가 나길 원하는지 감을 가지고 있어야 할 거다. 비전을 가질 것, 그리고 도구 사용법을 미리 알아둘 것!
다음 에피소드 예고
<고스트 오피스> 시리즈 마지막 에피소드는 유라가 AI 아바타의 의도적인 행동 때문에 겪는 갈등과, 지휘자로써 어떤 선택을 하는지 보여준다.
유라는 어떤 방법으로 그녀의 존재를 지켜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