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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오피스> Ep.1을 쓰며

사라질 수 없는 존재에 대해

by Rumierumie

<고스트 오피스>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함으로써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는 현대 직장인들의 압박에 대한 이야기다.

AI vs. 인간 구도의 기사들을 읽으며 - 개인이 기업에게 요구하는 가치의 수준과 증명 수단이 갈수록 더 많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시작한 디자인 픽션 시리즈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직장인들이 많이 있다. 자기 계발, 퍼스널 브랜딩, 지속적인 커리어 성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한다.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사람들보다는 그 반대편에 서있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싶었다.


성장의 반대편, 불안과 방어의 경계선에 서 있는 워킹맘 (그리고 워킹대디)가 떠올랐다. 한국에서 자주 거론되는 주제이기도 하고, 해외 생활하면서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고민하는 주제로 떠오르기 때문에 이번 시리즈의 주인공, ‘유라’ 캐릭터를 구상할 수 있었다.


1. 워킹맘, 워킹대디의 업무 시간 일부를 AI 아바타를 도입해서 유연한 근무패턴을 확대하면, 워라밸 솔루션이 될 수 있을까?

회사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겪는 워킹맘 ‘유라’ 캐릭터는 주변에서 보고 들은 경험과 출산율과 관련된 기사를 통해 빌드업을 했다. 금전적으로 부담이 되기 때문에 출산, 육아의 금전적인 부담을 해결하고자 워킹맘이 될 것인가, 전략적인 휴식기를 가질 것인가 고민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영국 생활에서 10년째 직장 생활을 하면서 지켜본 유연 근무 제도는 분명 ‘유라’ 캐릭터의 고민을 일부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사람 사는 곳이 다 비슷하다 - 어느 정도 유연한 정도로는 ‘유라’의 워라밸을 책임지기 힘들어 보였다.


일하는 부모들의 고민을 이해하고, 기업과 개인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유연한 근무 제도와 커리어 개발 지원을 도입하는 국내 사례*를 찾아보았다.


*동아제약 - 일하는 엄마를 위한 제약업계의 변화

동아제약에서는 육아로 커리어가 끊긴 여성들을 위해 경력 단절 이후에도 일로 돌아갈 수 있는 루트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회사와 개인이 ‘함께 일하는’ 방법을 조금씩 찾아가는 모습.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5/07/04/RISY5B3OKRAIRDL3ZFXF5CUSCU/

이런 시도를 보면 생각하게 된다. 기술도 저 방향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시간을 줄여주는 기술, 루틴을 덜어주는 자동화, 그리고 나처럼 일하는 방식을 기억하고 반영하는 시스템.

그게 가능하다면, 진짜 워라밸도 조금은 가까워질 수 있을까? 일하는 부모들이 겪는 직장 생활과 워라밸의 실현을 위해 일어나고 있는 여러 제도와 성공/실패 사례를 검색하며, AI 아바타가 70%의 업무를 진행하고, 사람이 30%의 시간을 활용해서 아바타의 업무 정확도를 높이는 유연 근무제도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2. 기술은 모두를 끌어안지 못한다

기술이 빠르게 도입될 때, 그 뒤에 남겨지는 사람이 있다. 업무의 자동화로 인해 개인의 업무가 사라지고, 회사가 개인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지 않아 결국 개인의 직업을 잃는 사례*들을 벌써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 AI 붐이 일어났을 때부터 사람들이 가장 많이 두려워하는 부분이다.


* King - 캔디크러쉬로 유명한 게임회사 King은 최근에 AI 모델과 트레이닝 개발에 참여했던 팀원들을 레이오프 하면서, 직원들이 자신이 만든 AI 툴과 모델 때문에 대체되었다는 사실을 게임업계 미디어에 밝혀서 화제가 됐다. https://www.engadget.com/gaming/laid-off-candy-crush-studio-staff-reportedly-replaced-by-the-ai-tools-they-helped-build-174141524.html


자동화의 방향이 효율 쪽으로만 기울 때, 사람은 회사 시스템의 간섭 또는 불필요한 존재가 된다. 요즘 기업들이 AI를 도입하고 싶어 하는 관심과 열정이 그 어떤 기술 때보다도 적극적이다. 지금까지 지켜본 기업들의 AI 기술 도입 로드맵은 주로, 기술을 사용할 사람의 리듬은 고려하지 않은 상태가 대부분이다.

기술을 바꾸는 건 쉽지만, 사람을 설득하고 준비시키는 건 그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그 회사는, 지금 일하고 있는 사람도 이해하고 있을까?



3. 또 다른 나와 함께 일한다는 것

회사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보지 않았을까? 유독 출근하기 싫은 날, 나랑 똑같이 생긴 아바타를 회사에 보내서 일하게 하고 진짜 나의 존재는 휴식을 취하는 상상. 그런데 만약, 아바타랑 진짜 나의 존재가 충돌하는 일이 생긴다면?


‘고스트 오피스’의 유라는 자신의 업무 태도와 스타일을 학습한 AI 아바타와 함께 일한다. 유라의 말투를 흉내 내고, 업무를 대신하는 AI 아바타는 정확하고, 유능하지만 어딘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 유라를 닮았지만, AI 아바타의 성능과 로직은 모델을 개발하고 트레이닝하는 서비스에 일부이기 때문이다.


AR/VR 기술을 통해서 점점 정교해지는 아바타*는, 언젠가 “이게 진짜 너 맞아?(아바타 아니야?)”라는 질문을 던지게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모뿐만 아니라, 아바타의 행동과 생각까지 완벽하게 나와 일체화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메타의 AR 아바타 회의 서비스 - https://forwork.meta.com/gb/horizon-workrooms/





Episode 2에서는 유라가 직접 70/30 제도에 참여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유라가 사라지지 않기 위해 선택한 방법.

그 방법이 그녀를 어디까지 데려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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