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umierumie May 10. 2020

엄마의 나라에서 살지 않는 여성들

용감무쌍한 그녀들을 엿보기만 하다가 나도 도전하기로 했다.

 #해외생활 #해외일상 #런던생활 등등..


인스타그램 키워드를 검색해보면 로컬처럼 멋있게 인생을 살면서 사는 사람들의 사진이 끝도 없이 나온다.

막 이십대 새내기 시절 세상을 알고 싶어서 여행하는 사람도 있고,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다가 숨 고르기 하려고 여행하는 서른살 후반의 사람도 있다. 나도 모르게 가장 많이 눈길이 가는 사람들이 있다.



용감하고 씩씩한 여성들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해보고, 가족도 있고, 그러다가 사랑하는 사람을 우연히 만났는데, 그들의 태어난 곳도 자란 곳도 달라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삶의 터전을 옮겨 해외생활하는 씩씩한 여성들. 그녀들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동지애를 넘어, 전우애에 가까운 뭔가 통하는 것이 있을 것 같아서 계속 훔쳐봤다.


 



훔쳐보기라도 해야   같았다. 대신에, 하나하나 자세히 상황을 설명하지 않아도, 금세 공감하고, 맞장구 쳐주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서 해외생활하시는 씩씩한 여성들의 피드를 힐끔거리게 된다.




이번 생은 처음이다.

런던 생존 6년, 그중에서 해외 직장 생활 5년, 국제결혼 생활 3년, 유학 생활 1.25년, 처음 사는 생을 알차게 살아보려고 이것저것 많이 도전했다. 처음 가는 길에, 비슷한 길을 가는 사람들과 같이 걷고 싶다.




엄마 때는 어땠어?

여성으로서 가장 나와 가까운 인생 선배이자 친구인 엄마에게, 묻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한국에서는, 인생 초보자에게 엄마와 아빠가 인생 선배로서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시곤 하셨다.


런던으로 떠나서 살겠다고 결정한 순간부터, 부모님께서 명확한 조언을 해 주시기가 어려워졌다. 내 런던 생활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자신들의 경험과 대조해서 말씀해주고 싶어 하시지만, 두 분은 런던에서 생존해본 적이 없다. 부모님께서 여느 때와 같이 격려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지만 더 이상 인생 선배의 치트키는 사용할 수 없어졌다.


인생 초보자인데, 엄마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에서 사는 여성들은 도대체 누구와 동지애를 나누며 처음 가는 이 길을 헤쳐나가야 할까?


엄마가 태어난 곳에서 살지 않아도 멋있게 살아가는 여성들이 궁금했다. 온 세상 사람들이 다 모이는 런던에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여성들을 훔쳐보면서, 그녀들의 멋짐이 묻어날까 싶어서 보고 또 보고, 계속 힐끔거리다가 깨달았다.




정답은 없다.

그녀들은 정답을 찾으려고 헤매지 않는다. 지금 위치에서 그녀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씩씩하게 찾아서 우직하게 헤쳐나간다. 정공법으로 나아가는 그녀들을 보고 있으니까, 주어진 자리에서 내 역할을 잘하고 있는 건지 되돌아보게 됐다.


마케팅 회사에서 데이터 분석은 잘하고 있는지
대학원에서 서비스디자인 전공 공부는 잘하고 있는지
방송국에서 사용자 경험 설계는 잘하고 있는지
신혼부부 생활은 정겹게 잘하고 있는지


답은 없지만, 씩씩하게 걸어가다 보면은 언젠가 멋있게 사는 그녀들과 마주칠까 싶어서 용기 내서 계속 앞으로 가고 있다. 엄마의 나라에서 살지 않아도, 엄마가 될 수 있을 만큼 늠름하고 씩씩한 여성이 되고 싶어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