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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erumie Jun 09. 2020

본격? 원격! 디자인 스프린트

아이디어 개발을 원격으로 해보자

영국에서 회사 생활을 하며, 워크숍을 참 많이 했다.

지금 다니는 방송국에서는 매 달마다 한두 번씩 크고 작은 워크숍 세션을 기획하거나 참여한다.


한국에서는 워크숍이라고 하면 회식과 일의 중간지점 같았는데, 영국에서 워크숍에 참여할 때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노는 것처럼 일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워크숍은 준비 과정도 필요하고, 참여자들도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해서 에너지 소모도 꽤 된다. 챙길 것이 많은데, 왜 영국 회사에서는 워크숍을 좋아할까?



중립적인 놀이터

영국 땅에서 태어나서 자라지 않은 외국인의 시점으로 관찰했을 때,

영국 사람들이 워크숍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의 커뮤니케이션 문화와 관련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영국 사람들은 간접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편이다. 미팅 중에는 모두 웃으며 동의한 것 같은데, 미팅이 끝나고 막상 결론이 어떻게 난 것인지 모르는 경우가 자주 있다.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 delivery manager가 미팅에 함께 참여하기도 한다.)



워크숍에서는 명확한 목표와 정해진 활동을 해야 하니까, 워크숍에 참여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중립적이고 안전한(?) 환경에서 직설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야 한다. 두루뭉술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영국 사람들에게 딱 하고 싶은 말만 하도록 유도하기에 딱이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데, 리서치도 프로토타이핑해야 보배지

사용자 중심 디자인을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UX&D 부서에서는 사용자 조사만 담당하는 리서치 팀이 있다. 현재의 서비스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사용자와 만나서 조사하는 팀이다. 리서치 팀은 정말 많은 보고서를 만들고 공유한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디자이너들이 가장 처음 하는 일 중에 하나는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이전에 진행된 사용자 조사 자료를 찾는 일이다. 마치 도서관에서 관련 서적을 찾듯이, 1년, 2년, 무려 10년 전의 자료까지 찾아볼 수 있다.


조사 기록이 많은데도, 이해관계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 단계로 진행할지 의사 결정하는 과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리서치를 추가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리서치만 진행하다가 책장의 보고서로 남아버리는 일도 있다.


조사만 하다가 끝나지 않도록, 직접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보고 사용자의 피드백을 바로 받을 수 있다면 의사결정에 훨씬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워크숍을 할 때, lo-fi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활동을 추가하면, 워크숍 결과물을 가지고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의 ‘사용자가 ~할 것이다’라는 가정을 사용자와 직접 실험해보고 피드백을 확인해볼 수 있다.    


이번에 새로 시작하는 프로젝트도 비슷한 케이스다.

20명이 넘는 개발팀과 마케팅팀이 참여하는데, 프로덕트 매니저가 특별한 요청을 했다.



우리... 디자인 스프린트 할 수 있을까?


디자인 스프린트?

스프린트는 5일 만에 목표 설정, 아이디어 개발, 프로토타입 만들기, 그리고 사용자 테스트까지 진행할 수 있는 구글 벤처스가 소개한 디자인 방법론이다.  


서비스 디자인 석사 과정 중에 디자인 워크숍을 기획하고 실행할 때 스프린트 형식으로 진행해 본 적이 있다. 속도감 있게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쏙 들었었다.


프로젝트에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열린 마음으로 아이디어를 나누고, 사용자의 직접적인 피드백을 통해, 의사결정 과정에 정치적인 개입 없이 프로토타입을 사용자 중심 경험에 집중하여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론이기도 하다.


스프린트를 진행하려면, 모든 팀원이 5일 동안 오직 그 프로젝트와 관련된 일만 한다. 커다란 방에 화이트보드가 주르륵 준비되어있고, 벽마다 스케치와 포스트잇이 잔뜩 붙는다.  



그런데 20명이 넘는 인원을 데리고 원격으로 디자인 스프린트가 가능할까?






내일은 대망의 디자인 스프린트 첫날이다.

일주일 동안, 오프닝부터 클로징, 그리고 스프린트 이후의 개발 진행 계획까지 디자이너들과 함께 계속 수정하면서 준비했다. 본격적인 스프린트를 시작하기 전에 팀과 정비한 체크리스트를 공유한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사람 속은 모른다.

그러니까 Show and tell을 반복하자.

스프린트 첫날에는 팀원들이 함께 목표와 문제를 정의한다. 장기적인 목표를 중심으로, 이번 스프린트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할지 논의한다. 단지 목표만 설정하는 것인데도,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을 보고 매번 놀란다. 우리는 모두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니까.



모두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서, 쓰고, 그리고, 끊임없이 사람들의 생각을 꺼내서 다른 사람들 앞에 보여주고 말하는 활동을 반복한다. 이 과정을 show and tell이라고 부른다. 신기하게도, 초반에는 달랐던 생각들이 점차 회를 거듭하면서 비슷해지고, 수렴해서 모두가 동의하는 스프린트 목표가 정해진다.




가장 기본적인 룰,

There are no wrong answers.

아이디어 개발 과정에서 틀린 답은 없다. 참여자 모두의 아이디어는 옳다. 정해진 목표와 문제에 집중해서 해결방안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누구도 틀렸다, 맞았다, 평가할 수 없다. 워크숍 진행을 하다 보면 자신의 아이디어가 평가받을까 봐 두려워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참여자들이 있다.


정답을 쉽게 맞출 수 있는 문제였다면, 아마 다른 방법론을 적용했을수도 있다.



정답을 찾기 위해 모두 아이디어를 내 보는 자리니까,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아이디어를 발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퍼실리테이션 중간중간 발언시간이 짧은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며 모두의 의견이 포함될 수 있도록 신경 쓰기로 했다.      




시각적인 스토리텔링,

스케치와 graphic facilitation으로 영감 주기

워크숍을 할 때는 커다란 미팅룸을 빌려서 방 안을 온통 포스트잇과 스케치로 덕지덕지 덮어가며 서로의 아이디어에 살을 붙이는데, 원격으로 스프린트를 하니까 이 부분을 해결하는 것이 숙제였다.


디자이너들과 스프린트 준비를 하면서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툴들을 시도해봤다. 특히, 디지털 화이트보드 툴을 찾아 틀을 만드는 것에 시간을 들였다.



화이트보드 툴 중에서 가장 쉽게 포스트잇을 붙일 수 있고, 손으로 스케치한 후에 사진을 찍어서 업로드 가능하게 해주는 툴을 선택했다. 원격이라도 참여자들이 서로의 아이디어와 피드백을 모두 볼 수 있는 공간을 디지털로 만들어 보았는데, 계획한 대로 잘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일주일 동안 준비한 것들이 내일이면 빛을 본다.

모두들 잘 따라와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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