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홀리데이, 그 다음은 뭘까?

한국에 돌아갈까? 영국에 남을까?

by Rumierumie

어릴 때, 나는 보조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탔다. 보조바퀴 없는 자전거를 타는 동네 친구들이 나보고 '가짜 자전거 타기'라고 놀렸다. 화가 나서 아버지한테 보조바퀴를 떼 달라고 했다. 작은 바퀴가 사라진 것뿐인데, 자전거는 제멋대로 굴러가다가 나를 넘어뜨렸다. 무릎이 몇 번 까지고 나서야 알았다. 나는 진짜 자전거 타는 법을 모르는구나...

아버지는 계속 넘어지는 나를 일으켜 세우면서 자전거는 딱 한번 타는 법을 깨우치면, 평생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달래줬다. 잘 타던 자전거를 갑자기 못 타게 되어서 화가 났던 나는, 진짜 자전거도 탈거라고 성을 내면서 계속 페달을 밟았다. 어느샌가 아버지가 잡아주지 않아도 혼자 자전거를 탈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가끔 자전거가 타고 싶으면 탄다.


런던에서 처음 자전거 대여 서비스를 사용한 날, 좌우가 바뀐 도로에서 연습도 없이 자전거를 타다가 트럭에게 추격당하는 꼴이 됐었다. 아직도 혼자 자전거를 타고 런던 시내를 돌아다니는 건 좀 무섭다.




외국생활도 자전거 타는 것처럼

워킹홀리데이도 비슷한 것 같다. 살면서 어디서 뭘 하면서 살면 좋을지, 인생 타는 법을 몸에 익히려고, 워킹홀리데이 떠나서 한 번, 두 번, 다른 나라에 살면서 새로운 인생을 타본다. 힘들면 잠시 내려서 숨도 고르고, 흥미가 떨어지면 한 동안 쉬었다가, 타고 싶을 때 언제든지 다시 훌쩍 탈 수 있는 그런 것?


서로 다른 조건, 목표, 이유를 가지고 떠났던 두 번의 워킹홀리데이. 파리와 런던, 두 도시 사이에서 느낀 것도 다르고 얻은 것도 달랐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워킹홀리데이 사이, 3년 동안 나도 변했다. 그 사이에 사회생활과 여러 경험들을 했기 때문인지, 파리에서 겪었던 워홀의 힘들었던 경험과 비슷한 상황을 런던에서 겪었을 때, 상대적으로 덜 허둥대면서 해결한 것 같다.


파리와 런던에 살게 된 시작은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해보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경험을 했다는 것




꿈꾸고, 상상했던 일을 직접 실천해보고 경험하면서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알아갔다. 때로는 그 차이를 좁히기도 하고, 생각보다 큰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는 도전의 영역을 넓혀갔다.




새로운 기회, 해보지 않으면 어떻게 알겠어?

워킹홀리데이라는 기회를 통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난 후에는 뭘 하면 좋을까?

파리에서 8개월을 보낸 첫 워홀 끝에는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가 확실했다. 대학교 졸업도 해야 하고, 한국에서 취업도 하고 싶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워홀 이후에 프랑스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비자 스폰서 기회를 잡지 못했기 때문에, 별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두 번째 워홀 비자가 만료될 무렵에는 상황이 달랐다. 영국에 남아서 직장 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워홀 비자 기간 2년 동안 trainee scheme부터 mid-weight까지 한 단계씩 성장하게 도와준 회사에서 워킹 비자 스폰서를 제안했다.


부모님은 이번에도 워홀 후에 한국으로 돌아오려나 하고 기대하셨던 것 같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한국 밖에서도 경력을 쌓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적인 위치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면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았다.


회사의 스폰서 제안을 받아들이고, 런던에서 직장러로 살기로 결정했다. 비자의 종류가 바뀌었을 뿐인데, 그때를 기점으로 워홀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영국에서 살 생각을 했다.


워킹 비자를 받은 후에는 2년이라는 정해진 기간이 앞으로의 계획에서 지워졌다. 훨씬 더 먼 미래를 생각하며 살게 되니까, 커리어 전환을 생각할 기회와 시간적 여유도 찾을 수 있었다. 언제든지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있다며, 꾸준히 한국어 수업을 들으러 다니는 런던 남친을 달래면서, 6년째 영국에서 아직도 지내고 있다.


어떤 날은 잘 풀리고, 어떤 날은 꼬일 대로 꼬이지만, 그래도 해봤으니까 지나온 경험들을 이렇게 이야기로 조금씩 풀어낼 수 있는 것 아닐까?






2020년 워홀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올해는 판데믹 사태 때문에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워킹홀리데이를 하다가 한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분명히 많은 기대와 꿈을 가지고 영국에 왔을 텐데, 안타까웠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절대! “실패했다”는 기분을 안고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외국 땅을 밟기까지 스스로 준비하고 도전한 자기 자신이 이미 워홀의 성공을 만들어 낸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얼마나 오래 버텼냐, 뭘 했냐, 어디 살았냐, 얼마나 벌었냐’

이런 식으로 평가하는 질문들을 받더라도, 부디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떻게 노력했는지, 그 과정의 열정과 용기가 워홀이 가져다주는 제일 큰 배움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또 다른 도전을 할 때, 자신의 씩씩한 모습을 다시 불러낼 수 있으니까. 부디, 절대 지금의 상황이 실패한 거라고 생각하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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