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맞아서 오랜만에 센트럴 런던으로 산책을 나갔다.
테이트 모던 전시를 구경하고, 템즈강을 따라 걷다가 셰익스피어의 Globe 극장 앞을 지났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한 여름밤의 꿈 (A Midsummer night’s dream) 공연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큐피드의 화살을 맞은 등장인물들이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내용의 ‘한 여름밤의 꿈’. 극장 게이트에 온갖 감정을 표현한 가면이 장식되어있다.
뜨거웠던 여름, 6월부터 8월까지 NFT 아트와 함께 보낸 시간을 비유하기에 ‘한 여름밤의 꿈’은 딱 맞는 작품 아닐까? NFT 세계와 소통하고, 참여한 3개월 동안, 희극처럼 낭만적이고 웃음 가득한 일이 쉴 새 없이 일어났다.
어디, 지난 3개월 동안 참여했던 이벤트를 일어난 순서대로 적어볼까?
6월, Crypto Art Week Asia (CAWA) 시공간을 넘나드는 아티스트들의 축제
6월, 새로운 컬렉터와의 만남
7월, 세계 문자 심포지아 NFT art contest 참여와 수상
7월, 런던 갤러리 컨템포러리 아트 전시회 참여
8월, Korean NFT 커뮤니티 아티스트 스포트라이트 초대
8월, 쇼타임 (Showtime) 커뮤니티 빌더 (builder)와의 만남
8월, 새로운 컬렉터와의 만남과 트위터 대화
9월, 뉴욕 META-MENAGERIE NFT 전시회 참여
정말 많다! 더 놀라운 것은, 내가 직접 경험한 이벤트들 외에도 수많은 이벤트와 프로젝트들이 NFT 씬에서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컬렉티블 (collectible) 프로젝트가 많았는데 아쉽게도 참여하지 못했다ㅜ
이벤트마다 배운 점이 많았는데, 앞으로 하나씩 회고하며 소개해봐야겠다. 한 여름밤의 꿈처럼 왁자지껄했던 날들, 전체적으로 느낀 점들을 우선 정리해 보기로 했다.
나의 작품을 사랑해주는 사람, 컬렉터를 만나다
여러 전시와 공모전에 참여하면서 나의 NFT 시리즈 <Future couple>이 무려 3명의 새로운 컬렉터를 만났다는 점이 놀랍고 뿌듯하다. 컬렉터와 전시 큐레이터들과 만날 수 있었던 시작점은 각각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I love your work!”라고 말하며 과분할 만큼 큰 사랑을 주었다.
조용하게 작품을 구매하는 컬렉터도 있었고, 작품에 대해 궁금한 점을 적극적으로 물어보면서 관심을 표현해주는 컬렉터도 있었다. 작품을 단순히 보고 좋아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안에 무슨 메시지를 담고 싶었는지, 작업할 때 재료나 방식은 무엇인지, 꼼꼼하게 물어봐주는 컬렉터를 만날 수 있어서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Things base and vile, holding no quantity, Love can transpose to form and dignity: Love looks not with the eyes, but with the mind.
아무리 쓸모없고 비천한 것이라 해도, 사랑은 그것을 가치 있고 귀한 것으로 바꿔놓을 수 있어. 사랑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거니까.
-한 여름밤의 꿈 1막 1장
숨은 히어로, 아티스트의 가능성을 믿고 응원하는 전시 큐레이터
6월에 열렸던 CAWA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NFT 전시회였다. 전통적인 피지컬 아트의 전시 준비에 비해, NFT 작품의 이동과 설치는 훨씬 쉽다. 작품이 모두 디지털 형식이기 때문에 가상 전시 공간이나, 오프라인 전시 공간, 모두 쉽게 작품을 전시할 수 있다는 점이 큰 강점이었다.
전시 준비가 ‘기술적’으로는 쉬웠을지 모르지만, 수많은 NFT 작품들을 어떤 테마와 흐름으로 소개할지는 큐레이터에게 달려있다. CAWA NFT 전시는 색깔이 뚜렷한 큐레이터들의 감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많은 아티스트들 선정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하는 큐레이터도 있었고, 자신의 갤러리의 성격에 맞는 작품을 따로 선정하는 큐레이터도 있었다. 특히, 가상 전시 공간을 직접 테마에 맞게 설계하고 크립토복셀 건축물을 디자인하는 큐레이터들의 창의력에 깜짝 놀랐다.
여름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9월 8일부터 뉴욕에서 열린 META-MENAGERIE NFT 전시회를 보면 큐레이터의 관점과 기획력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찾아볼 수 있다. 큐레이터 Soo-Young (@vizmesh)은 전시를 기획하면서 아티스트들에게 전시 테마를 미리 소개하고, 희망하는 테마와 관련 있는 작품을 신청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시도가 고루 담길 수 있도록 기획한 META-MENAGERIE NFT 전시회를 통해서 뉴욕을 비롯한 미국의 컬렉터, 그리고 아티스트들과 이어지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NFT에 대한 오프라인 이벤트와 온라인 토크가 가득한 뉴욕의 NFT 전시, 많은 스트리밍 영상과 아티스트들의 감상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새로운 시리즈와 플랫폼 선택에 대한 고민
오픈씨가 진입하기 가장 쉬운 대중적 플랫폼이었기 때문에 <Future couple> 시리즈는 모두 오픈씨에 민팅했었다. 하지만, 요즘 한국에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커지면서, 다양한 플랫폼들을 소개받고 있다.
여름 동안 준비한 작품들이 있는데, 오픈씨가 아니라 다른 플랫폼에 민팅하고 싶기도 하다. 정말 감사하게도, CAWA에서 나의 NFT 작품을 긍정적으로 봐주신 큐레이터 한 분이 Foundation이라는 플랫폼에 초대해 주셔서 서비스를 검토 중인데... 플랫폼을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 생각해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플랫폼들을 살펴보면 각각의 장단점들이 있는데, 새로운 플랫폼만 따로 정리하는 기회를 가져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지금까지 새로 들은 이름들은 비스켓, Open-Sky, 캔버스 등, 벌써 다섯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NFT 아트, 메타버스 사업에 관심만 있는 게 아니라 직접 사업화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얼마나 빠르게 새로운 트렌드에 대응하는지 놀랄 수밖에 없다. 새로운 개념, 이전에 없던 eco-system을 생성하고 있는 NFT 세계에 서비스를 런칭하는 기획력과 행동력. 역시 매력적인 세계라고 할 수밖에!
꿈에서 깨면 아무리 재미있는 꿈이었더라도, 홀랑 잊어버리기 쉽다. 하지만 한 여름밤의 꿈처럼 유쾌했던 지난 3달의 NFT 세계에서 경험한 것들은 잊혀지지 않게 꼭! 붙잡아두고 싶다.
신규 서비스와, 메타버스 세계에 대한 분석과 새로운 트렌드를 탐색하려면 현재의 일에도 더 많이 관심을 주어야 할 텐데, 균형을 맞추는 게 앞으로 브런치 활동을 하는데에 숙제가 될 것 같다.
과연... 현재와 과거를 잘 섞어서 브런치에 기록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