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2024 서비스 디자인 글로벌 컨퍼런스에 다녀왔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날아온, 700명이 넘는 서비스 디자이너들을 한 자리에서 만났다. 헬싱키 날씨는 꽤 추웠지만, 컨퍼런스장 안은 꽤 뜨끈했다. 핀란드의 사우나 같은 열기랄까?!
이번에 컨퍼런스에서 가장 궁금했던 건, 서비스 디자이너들이 AI와 어떻게 협력할 준비를 하고 있는지였다.
AI! 이제 2024년 말이니까 지겨울 만큼 AI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사람처럼 대화하고, 복잡한 문제도 척척 풀고, 낯선 언어도 막힘없이 구사하는 AI를 보고 다들 흥분했던 기억이 난다 :) 서비스 디자이너들이 실제로 AI를 어떻게 업무에 활용하고 있는지 너무 궁금해서 AI 관련 세션을 중심으로 발표를 들으러 다녔다. 워크숍을 포함한 3일간의 컨퍼런스를 마친 후 느낀 건—우리 서비스 디자이너들에게는 앞으로 해야 할 숙제가 있다는 것이다. AI에 대해 말하려면, 그걸 직접 써보고 경험해 본 후에 말하자.
새로운 도구나 프레임워크를 쓰는 건 낯설지 않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걸 나만의 방식으로 잘 적응해 나가는 게 어떨까. 그래서 AI를 서비스 디자인 과정에 적용하는 것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컨퍼런스에 참여한 서비스 디자이너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실제로 AI를 업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는 아직 많지 않은 것 같았다. (아니면 내가 못 들은 걸까? 네트워킹 파티에서는 주로 뒤쪽에 새침하게 서 있는 편이라…)
직접 사용해 본 사례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AI를 디자인 과정에 사용하는 것이 옳은가, 그른가를 논의하기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냥 아직 우리가 채워나가야 할 백지가 앞에 있을 뿐! 이번 서비스 디자인 글로벌 컨퍼런스에서 많은 발표자들이 인상적인 메시지를 남겼는데, 그중에서 세 가지 키워드가 기억에 남는다.
희망, 숙제, 그리고 슬로우 퍼실리테이션.
각기 다른 강연에서 나온 말들이었지만, 내 나름대로 세 가지를 연결해 보았다. AI를 도입해서 더 나은 디자인 과정과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숙제를 하는 것이 디자이너와 AI가 협업할 수 있는 슬로우 퍼실리테이션이 아닐까? 그래서 AI와 함께 일해 보기로 했다. 어떤 실험을 해볼까?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았다.
• AI 도구를 활용해 내 삶을 조금 더 편리하고 즐겁게 만드는 방법
• AI를 내 작업 과정에 도입하면서도 내 방식은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 실험을 통해 현실에 맞춰 나가는 과정에서 왜, 무엇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
뻔할 수도, 혹은 의외로 꽤 재미있을 수도 있는 실험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