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서비스 디자인 글로벌 컨퍼런스 (Service Design Global Conference, 너무 기니까 SDGC라고 쓰자ㅜ)에서 재미있는 워크샵에 참여했었다.
원하는 목적에 맞도록 ChatGPT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워크샵이었는데, 독일 뮌헨 대학교 교수와 핀란드 서비스 디자이너가 함께 커스텀 ChatGPT 생성 사례와 캔버스를 공유하고, 워크샵 참여자들과 직접 각자의 어시스턴트를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SDGC에서 돌아온 후, 연습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나의 첫 번째 AI 어시스턴트 ‘호비(Hobi)’를 탄생시켰다.
서비스 디자인과 AI의 협업 과정을 기록하는 작업을 도와줄 글쓰기 어시스턴트, Hobi를 만든 과정을 소개하고 싶다.
커스텀 어시스턴트의 기본 요소
Custom ChatGPT 기능을 이용해서 Hobi를 정의해 나갔다. 몇 번의 시도 끝에, Hobi가 만들어졌다.
워크샵에서 사용했던 커스텀 ChatGPT 캔버스의 몇 가지 요소를 반영한 결과였다.
- 목적: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 어시스턴트인가? 명확하게 한 줄로 Hobi의 목적을 정의할 때 writer, editor처럼 역할을 설명하는 키워드를 넣어서 ChatGPT가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 이름: 비록 GPT지만, 자연스럽게 사람과 대화하듯이 소통하고 싶어서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다. 부르기 쉽고 친근한 느낌을 주는 ‘호비(Hobi)’라는 이름을 선택했다.
- 프로필 사진: 사실 워크숍에서는 프로필 이미지 생성에 시간을 거의 투자하지 않았다. 그러나 호비를 만들 때는 달랐다. 글을 쓰고 편집하는 작업을 할 때, 어시스턴트와 사람처럼 소통하려면 누군가 상상할 수 있는 이미지가 필요했다. 유쾌하고, 스타일리시하며, 글을 쓸 때 응원해 주는 어시스턴트의 이미지를 설명하고 상상했던 모습과 가까운 프로필 이미지를 선택했다.
- 사용 방법: 어시스턴트가 최종적으로 생성해야 할 결과물의 형식, 스타일, 배경상황,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덧붙였다.
Hobi의 활동 영역
어시스턴트가 도와주었으면 하는 부분 중 첫 번째는, 작성한 글의 ‘일정한 톤’을 유지하도록 편집해 주는 것이었다. Hobi에게 영어와 한글 콘텐츠를 작성하고 리뷰하는 에디터의 역할을 부여했는데, 영어와 한글 모두 톤을 일치시키는 작업이 필요했다. 올해가 영국살이 10년 차이지만, 영어로 쓴 글이 본래의 성격을 반영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Hobi에게 한국어와 영어 톤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데 집중해 달라고 부탁했다.
Hobi의 문장 리뷰 및 톤 관리 방법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했던 방법을 살짝 따라한 것이다. 그는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 자신만의 문장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영어로 글을 쓴 후 일본어로 번역해서 자신만의 담백한 문장 스타일을 만들었다고 한다. 언어가 바뀌어도 나의 성격을 글에 고스란히 담아내고 싶었는데, 한글과 영어 사이에서 변하는 미묘한 문장의 톤을 Hobi가 대신 잡아주길 기대하며 커스텀 작업을 진행했다.
구조는 탄탄하게, 자유는 살짝
또 하나 Hobi가 도와주기를 원했던 부분은 글의 구조였다. 가끔 키보드로 생각을 적다 보면 처음에 상상했던 구조나 흐름에서 종종 벗어나곤 했다. 그래서 Hobi가 글 전체를 검토하고, 원래 계획했던 네 가지 섹션을 따라가고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 너무 엄격할 필요는 없지만, 방향을 잃지 않게 말이다.
Hobi의 출처 확인
Hobi가 생성하는 결과물의 출처가 조금 걱정되긴 했다. 서비스 디자인 컨퍼런스 워크숍에서는 꽤 엄격한 학술 모델을 사용했다. 워크샵 진행자는 커스텀 ChatGPT를 생성할 때, 목적에 부합한 논문 및 웹사이트 링크만 제한하는 환경을 만들어보라고 추천했었다. 하지만 Hobi는 자유로운 형식의 글을 다루고, 결과물도 다양하다 보니, 제한된 레퍼런스 환경을 만들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몇 번의 테스트 끝에, 표절 검사 과정을 도입해서 결과물의 진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저작권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더 확실한 방법이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계속 탐구해 봐야겠다.
다이아몬드를 깎는 것처럼, 퀄리티 조정하기
Hobi가 처음 ‘살아난’ 순간, 마치 피노키오를 만든 제페토처럼, 아니면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괴물을 깨운 것처럼 설레었다. 모델이 실제로 작동하기 시작한 그 순간이 정말 짜릿했다. 하지만 그 흥분이 가라앉고 나니 진짜 작업이 시작됐다—세부적인 조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를 다듬듯이, Hobi의 톤을 맞추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총 7번(영어로 3번, 한국어로 4번) 조정했다. 1.5시간쯤 걸렸을까?
처음에는 영어로 작성한 초안이 빨리 진행되었지만, 한글로 전환했을 때 미묘한 톤 차이가 눈에 띄었다. 내가 읽었던 한국 책들을 추천하면서 Hobi의 톤을 훈련했더니, 훨씬 자연스럽고 일관된 결과가 나왔다. 한글 톤이 자리를 잡은 뒤, 다시 영어 버전을 확인해 보니 확실히 더 부드럽게 읽혔다. 마지막으로 Hobi에게 어느 정도 차이가 있었는지 물어보니 20-30% 정도라고 했다. 재미있는 건, 그 정도가 실생활에서 느끼는 언어 장벽과 비슷한 정도였다는 점이다. Hobi가 그 차이를 얄미울만큼 정확히 짚어냈다.
기대한 것보다 정제 과정에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번 브런치북의 모든 글은 맞춤형 ChatGPT 어시스턴트와 ‘Hobi’와 함께 작성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