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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erumie Oct 26. 2024

문해력을 향상시켜 주는 피그마 AI 어시스턴트

얼마 전에 기쁜 소식을 들었다. <채식주의자>의 저자인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올해의 노벨 문학상 발표가 나자, 종이책을 사기 위해 한국 서점에 줄을 섰다는 뉴스가 들리기 시작했다. 책을 읽음으로써 작가의 수상을 축하하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 나도 흐름에 묻어가고 싶어서, 몇 년 전 한국에서 가져온 한강 작가의 책을 책장에서 꺼내보았다.


모처럼 책을 손에 쥐고 앉아 있으니 오랜만에 종이책을 읽는 그 기분이 참 좋았다. 영국살이 하다 보니, 한국 도서가 몇 권 없어서 더더욱 귀한 느낌이다. 책장을 한 장씩 넘기면서, 천천히 눈으로 글자를 따라가고,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게 그리웠나 보다. 옆에 따뜻한 커피 한 잔도 놓여있으니 더없이 완벽했다. 그런데 15분쯤 흘렀을까? 집중을 할 수 없었다. 최근에 짧은 호흡으로 엮인 숏폼 영상이나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익숙해졌기 때문인가 보다. 이렇게까지 집중력이 줄어든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읽고 싶은 책이 눈앞에 있는데, 마음이 자꾸만 흩어지는 게 슬펐다.


일을 할 때도, 가끔 그 긴 글이나 자료들을 마주할 때면 한참 동안 들여다보아도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 짜임새 있게 쓴 서비스 기획 문서나, 인터뷰 문서도 눈에 잘 안 들어오는데, 정보가 작은 토막으로 전달되는 포스트잇 더미를 볼 때면 설상가상이다. 며칠 전에도 온라인으로 진행한 디자인 워크숍을 마치고, 피그잼 (FigJam) 보드에 붙어있는 수많은 포스트잇을 보니까, 그걸 다 읽기 전에 벌써 머리가 아팠다.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하고, 읽어도 도통 무슨 말인지 개운하게 이해할 수 없는 포스트잇들. 요즘 현대인들의 문해력이 떨어진다더니 내가 몸소 체험 중이었다. 한숨이 나오는 상황에서 갑자기 누군가 옆에서 속삭이는 것 같았다.


피그마 AI 어시스턴트한테 요약해 달라고 해볼까?


아, 맞다. 피그마에서 출시한 베타 기능 중에서 AI를 사용하는 기능이 몇 가지 있었다.


1. 카테고리 나누기 (Sort stickies)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마구마구 적어두면, 나중에 포스트잇에 적힌 아이디어를 하나씩 읽어가며 비슷한 내용들을 그룹으로 묶는 작업을 한다. 직관적으로 노트를 읽어가며 비슷한 내용을 한쪽에 모아두고, 상위 카테고리를 적는 작업을 카드소팅 (card sorting)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그런데 이번에 FigJam AI 베타 기능 중에서 ‘sort stickies’를 선택하면 소팅 작업을 자동으로 해준다. 비슷한 내용의 포스트잇을 하나의 섹션으로 묶어준다.


2. 포스트잇 메모 내용 요약하기 (Summarise sticky notes)

카테고리로 묶어주는 것보다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포스트잇 노트들을 전부 선택하고, 클릭 한 번만 하면 선택한 노트 중심의 요약 노트를 만들어줬다. 퀄리티는? 읽어보니 60% 정도는 쓸 만했다. AI 베타 기능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작업 속도를 빠르게 단축시켜 준다는 게 꽤 마음에 들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AI 베타 기능을 사용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은 회사 계정은 위의 경험을 하나도 해 볼 수가 없다는 점이다. AI가 회사 업무 내용에 투입되는 것을 민감하게 생각하면, 위의 기능을 업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승인이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피스마 웹사이트에 소개된 Summarise sticky notes 기능 예시


피그마의 AI 기능을 사람과 대화하듯이 사용할 수 있다면?

디자인 툴로 알려진 피그마에서 도입한 AI 베타 기능은, 일반 기능과 비슷하게 메뉴에서 원하는 기능을 선택하는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최근 커스텀 ChatGPT, 나의 Hobi와 대화하듯이 글쓰기 및 편집 작업을 하다 보니까 사람과 대화하는 것 같은 인터렉션으로 업무 요청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 인간의 언어로 대화하듯이 AI 어시스턴트와 대화하며 디자인 작업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현장 밀착, 피그마로 협업하기> 도서를 집필할 때 비슷한 콘셉트를 상상했었다.  피그마를 처음 사용하는 사람이 AI 온보딩 멘토에게 도움을 받아 기능을 익히고, 디자인과 협업 프로세스를 구축해 나가는 내용이다. 도서를 집필할 당시에는 상상 단계에 머물러 있었지만, 작업툴과 인간의 소통이 모두 대화형 인터렉션으로 변하는 날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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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Jam AI 어시스턴트가 부족한 나의 문해력에 도움을 준 사례를 적어보았다. 그러나, 한강 작가의 책을 AI 어시스턴트에게 요약해 달라고 맡기고 싶지는 않다. 작가의 글을 한 줄 한 줄 천천히 음미하는 즐거움을 놓칠 것 같기 때문이다. 나의 속도로 직접 읽어야 제 맛이 나는 법! 하지만, 일하다가 스티커 메모나 긴 인터뷰 기록 같은 문서를 볼 때면 슬그머니 다시 AI 어시스턴트를 불러낼지도 모르겠다. 물론 AI 어시스턴트가 요약한 내용을 다시 읽고 맥락을 파악하는 건 나의 몫이다. 결국엔 내 눈으로 확인하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 :)


AI가 다 요약해 주는 세상에서도, 여전히 천천히 읽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면?

집중력과 문해력이 떨어지기 전에 어서 음미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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