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은 한참 세일 시즌이라, 일찌감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한 해동안 감사했다고, 마음을 담아 선물을 하려니까 누가 어떤 선물을 받으면 좋아할지 한 명씩 얼굴을 떠올리게 된다. 뭐가 필요할까? 이런 선물도 좋아할까? 쇼핑 카드에 담아둔 선물 아이템과, 선물 받을 사람들의 얼굴과 매치시켜 보며 선물을 받았을 때 기뻐할 모습을 상상한다.
서비스를 디자인할 때도, 상상력이 무척 많이 요구된다. 특히, 어떤 사람을 위해 서비스를 만드는지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상상의 인물, 일명 퍼소나(persona)를 만든다. 미래의 고객 퍼소나를 만들어서, 해당 인물이 어떤 불편함을 겪고 있는지, 무슨 해결책을 원하는지, 궁극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바라는지 분석하고 솔루션을 기획한다. 퍼소나를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시각적으로 상상하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종종 이미지를 사용한다. 손으로 그릴 때도 있고, 사진을 사용할 때도 있는데,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의 가상의 인물을 이미지화한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너무 구체적이거나, 너무 일반적이면 퍼소나와 공감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혹시, 나의 커스텀 ChatGPT 호비(Hobi)가…?
브런치 글을 작성하면서, 나의 제1호 AI 어시스턴트 호비에게 글쓰기와 편집에 큰 도움을 받았다. 친근하고 대화하듯이 작업하는 게 익숙해져서,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이미지를 포함한 가상의 퍼소나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해 봤다. 결과물은 기대한 것보다 훨씬 아쉬운 수준이었다. 그래서 몇 마디 설명만으로 쓸만한 퍼소나를 만들어줄 또 다른 AI 어시스턴트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호비가 어려워하는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다른 AI 도구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AI 퍼소나 생성툴, 벌써 많이 있다!
구글링을 하니까 AI 기반의 퍼소나 생성툴을 꽤 많이 찾을 수 있었다. 대부분 거의 비슷한 패턴으로 작동했다—타겟 관객을 설명하고, 인구통계 정보를 입력하고, 직업적 특성 등을 묻는 방식이었다. 저는 약 100-150자 분량으로 퍼소나를 설명했다.
결과는… 조금 김 빠지는 수준이었다. 대부분의 결과물이 원래 내가 묘사했던 퍼소나 내용을 다시 포맷팅 한 것에 불과했고, 몇 가지 추가적인 세부사항만 더해진 느낌이었다. 엄청나게 새로운 것은 없었다. 전문적으로 AI 퍼소나를 생성하는 서비스나 툴들은, 실제 고객 데이터, 지역 데이터 등을 사용해서 더 정확한 결과를 도출한다고 서비스 디자인 컨퍼런스에서 만난 AI 개발자들이 귀띔해준 게 기억났다. 실제 고객 데이터가 추가된다면 확실히 차별화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AI로 생성한 퍼소나 이미지도 많이 아쉬웠다. 실제 디자인 업무를 할 때도, 얼굴만 클로즈업한 퍼소나 이미지는 지양하는 편이다. 가상의 인물이지만, 그 인물을 둘러싼 배경이나 활동, 그리고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지 이미지 자체로 스토리텔링할 수 있는 이미지를 사용하는 게 상상력을 확대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인물을 대표하는 이미지에 이어서, 다음은 스토리의 시각화를 도와줄 수 있는 AI 어시스턴트가 있을지 찾아보기로 했다.
가상의 인물과 상상의 스토리, AI로 스토리보드 만들기
가상의 인물을 원하는 수준으로 만들어주는 어시스턴트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스토리를 시각화해 주는 금손 어시스턴트를 찾는 것으로 접근을 살짝 바꿔보았다. GPT 트렌드 목록에서 ‘이미지 생성기 (image generator)’가 1위에 떴길래, 스토리보드를 만드는 데 딱 맞을 것 같아서 사용해 봤다. GPT의 프롬프트 질문들이 구체적이어서, 이미지 생성 작업을 요청하기가 수월했다:
• 테마/배경: 미래적, 역사적, 판타지 등 무엇을 원하나요?
• 캐릭터: 주요 캐릭터는 누구이며, 어떻게 생겼나요?
• 액션 시퀀스: 5개의 이미지 각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나요?
• 스타일: 사실적이거나 만화 같은 스타일 중 무엇을 원하시나요?
스토리보드를 구성하는 5개의 이미지에 대해 짧게 설명을 썼다.
퍼소나를 설명할 때처럼 간단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훨씬 더 걸렸고,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생겼다.
문제 1: 이미지 일관성
GPT소개를 읽어보니, ‘이미지 생성기 (image generator)’는 DALL-E를 통해서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이었다. 결과가 항상 상상한 것과 일치하지는 않았다. 결과를 수정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요청을 하자,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 때 요청하지 않았던 부분까지 변경되는 바람에 여러 번 수정 요청을 해야 했다. 예를 들어, 책상에 커피컵을 추가해 달라고 요청하면 다른 요소들—캐릭터의 헤어스타일이나 옷 같은 것들이 변해버렸다. 원하는 디테일을 유지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을뿐더러, 어떻게 요청해야 할지 막막한 부분도 있었다.
문제 2: 말풍선과 흐릿한 텍스트
이미지 생성을 요청할 때, 말풍선을 넣어달라고 한 적이 없었다. 평소에도 스토리보드용 이미지 작업을 할 때 텍스트는 최대한 제거하는 편이다. 이미지와 텍스트를 따로 관리해야, 나중에 텍스트만 추가하거나 수정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성된 이미지의 일부에 말풍선이 추가되어 있었다. 말풍선을 모두 빼달라고 수정을 요청하니까, GPT가 말풍선을 지우는 대신 그 안의 텍스트만 바꿔버렸다. 왜 심술을 부리는 거지! 수정을 요청한 대로 반영되지 않으니까 점점 참을성이 바닥났다. 그리고 생성된 이미지의 텍스트는 흐릿하고, CAPTCHA 같은 이미지처럼 읽기 어려운 상태여서 더더욱 제거하고 싶었다. 기대했던 깔끔하고 선명한 결과와는 거리가 멀어서 아쉬웠다.
결국, 시각적인 결과물을 뚝딱! 만들어주는 금손 AI 어시스턴트는 찾지 못했다. 시도했던 도구들에는 각자 장점이 있었지만,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키는 툴은 없었다. 툴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프롬프트 작성 방식에 개선이 필요한 걸까? 이번 작업을 할 때는, AI 어시스턴트와 대화하는 것보다는, 누군가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작업 과정이 더더욱 삐걱거리는 느낌이었다.
영감을 주는 이미지들
AI가 생성한 스토리 보드용 이미지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일러스트를 그릴 때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엔 제격일 것 같았다. 혼자 스토리보드를 그릴 때면, 각 이미지의 각도, 배경, 설정 등을 신경 쓰지 못하는데, AI가 생성한 이미지들 덕분에 혼자서는 생각하지 못했을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손쉽게 작업할 수 있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금손 AI 어시스턴트를 아직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