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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작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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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집사 May 1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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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7

일러스트 :  원피스의 계절 by 최집사



날이 점점 더워지고 있다. 냥이들 화장실 씻고, 일주일치 빨래 돌리고, 청소까지 하고 나니 기력이 소진했다. 밥 차려먹을 힘도 없어 대충 비빔밥을 말아먹었다. 설거지거리를 줄일 요령으로 남은 된장 짜글이 냄비에 다 때려 넣고 슥슥 비벼 먹었다. (ㅈㅁㅌ)냥이들은 ‘저 짓을 왜 하지?’ 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분주한 집사를 도통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지만, 시종일관 쫓아다니며 감시하는 건 여전했다. 밤에 발마사지할 때 골골송 불러 달라고 해야지.



마지막 남은 바나나를 해치우고 마트에 다녀왔다. 언니가 날이 좋으니 산책이라도 다녀오라고 했는데 겸사겸사 자전거를 끌고 나오니 나들이 기분이 났다. 라디오에선 사람들은 이런 날 연차를 쓴다고 했다. 얼마 되지 않는 좋은 날씨를 맘껏 즐기려 주말을 끼고 떠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굳이 여행까지는 아니더라도, 잠시 기분을 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곧 있음 장마다 폭염이다 다소 버거운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때 꺼내 쓸 좋은 기분을 충전을 해두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지난주만 해도 하루종일 퍼붓는 비를 원망했는데, 오늘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보며 아이처럼 웃고 있다. 결국 자연사에 좌지우지되는 게 인간의 숙명이지 싶다. 거대한 우주 속 먼지 같은 존재이니,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휘청거리는 꼴이 가장 이치에 맞는 모습일지 모른다. 지구의 사계절 12 절기처럼, 나에게 찾아오는 희로애락 외 기타 등등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잘 맞이하는 쪽이 모두를 위해 좋을 거 같다.



 https://www.instagram.com/reel/C7EDVbArph7/?igsh=MWxlZnA1cnhmODY5Nw==​​



* p.s 주말 연재는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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