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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작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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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집사 May 20. 2024

D + 6

20240520 초여름 더위

 일러스트 : 여름의 시작 by 최집사



  지난주는 유난히 피곤한 한 주였다. 날씨가 더워지니 장 보는 것도 요리하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한나절 집안일을 하고 나면 기력이 다 빠져 다른 일을 할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결국 주말 브런치북 연재를 취소하고 매일 쓰기로 했던 일정을 조정해야만 했다. 고 박완서 선생님은 가족들이 잠든 새벽에도 홀로 글을 쓰셨다고 하던데, 그냥 나는 새벽잠을 귀하게 여기는 집사가 되었다. 그나마 잠을 푹 자고 나면 오전에는 싱싱하게 일을 할 수 있었다. 그 핑계로 오후에도 잠깐씩 낮잠을 자기도 했다. 생각난 김에 지금 잠깐 누울까 싶기도...



 그림 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싱크대로 갔다. 아쉬운 마음에 가스불에 냄비를 올려놓고 물이 끓을 때까지 다시 돌아와 작업을 이어갔다. 새삼 지금의 식탁 작업실이 참 마음에 들었다. 냥이들이 있는 거실을 한눈에 보이고, 창밖의 나뭇가지들도 볼 수 있고, 무엇보다도 동선이 효율적이라는 점이 나를 편하게 해 준다.  요즘은 여기서 요리도 하고 밥도 먹고,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바느질도 한다. 결국 하루 종일 집에 있어도 5평 남짓 공간에서 대분분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나중에라도 큰 집은 필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점심으로 카레를 만들었다. 햇양파와 버섯, 닭안심도 잘게 뜯어 넣고 비법 토마토도 갈아 넣었다. 카레를 만들 때 온 집안이 카레 냄새로 가득 차는 게 좋다. 묘하게 포근하고 몽글몽글한 기분이 든다. 신혼 때에는 디퓨저나 인센트를 애용했는데 이제는 그냥 우리 집 냄새가 좋다. 생각해 보니 어릴 때 외할머니집 냄새 같기도 하고… 고양이들처럼 점점 익숙한 무리의 체취가 좋아지는 거 같다. 금방 끓인 카레를 몇 국자 떠서 잡곡밥을 올리고 삶은 계란과 피클을 함께 꺼내 먹었다. 나머진 냄비 채로 찬물에 담가 급랭시킨 후 냉장고에 모셔 두었다. 이번주 내내 죽처럼 수프처럼 두고두고 먹어야지.



 오후엔 어제 주문한 콜드브루 메이커가 도착했다. 예전에 있던 게 깨지는 바람에 한동안 콜드브루를 못 먹고 있었는데, 보름 내내 메이커를 찾아보며 올여름은 안 만들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 거 보다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재질도 유리 스텐 나무이고, 용량도 큰 아이라 마음에 든다. 깨끗하게 세척해 선물 받았던 원두를 넣어 싱크대 옆에 보기 좋게 세팅을 해 두었다. 조만간 진정한 아이스 라떼를 마실 수 있겠다는 생각에 살짝 설레기까지... 룽지는 한동안 식탁에 올라와 경계를 했다. 오늘은 뭔가 마음 증폭기?가 필요한 월요일이었는데 택배 요정이 날 구해 주셨다.




p.s 안녕하세요. 최집사입니다.^^ 스토리북 연재일을 주중 연재로 수정합니다. 혼돈을 드려 죄송합니다. 지난주 매일 업로드를 해보니 제 욕심이 과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좋아하는 일이 노동이 되지 않기 위해 속도를 더 늦출까 합니다. 다른 작업도 병행하고 있는 관계로 적절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딱히 성과가 보이지 않는 일인지라 이런저런 고민도 되었지만, 이 또한 과정의 한 부분이라 믿으며 좀 더 유기적인 마음을 가져볼까 합니다. 무성하게 자라나는 여름 풀처럼 마음만큼이라도 자유로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준히 그림과 영상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좋아요 관심 환영합니다.


https://www.instagram.com/reel/C7LvZsDLNeQ/?igsh=aG5yYWhpcTN4Z3Bk


https://www.instagram.com/reel/C7JgOq9PsA6/?igsh=MTR5aXRhNnN5NXpxeQ==​​


https://www.instagram.com/reel/C7HHlsyP9zS/?igsh=MWZpNWh5azk0dG9tM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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