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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작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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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집사 Jun 1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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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2 태양을 피하고 싶은 날씨

일러스트 : 냥캉스 by 최집사



 지난밤 시원하게 숙면을 취했다고 생각했다. 한데 반려인(전기장판을 켜고 잔다.)은 새벽에 내가 춥다며 자기 쪽으로 넘어오는 바람에 침대에서 굴러 떨어졌다고 한다. 내가…?? 기억에 없는 관계로 진심 어린 사과를 할 수가 없었다. 다음번엔 사진을 찍어 제출하겠노라고 하는데 내심 궁금해져 조만간 다시 시도하지 않을까 싶다.



 뉴스에서 직종별 최저임금 차등제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명분은 소상공인들을 위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정말 그렇다면 가맹점이나 배달 어플 수수료를 낮추거나 세금적인 부분을 지원해 주는 게 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대기업과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노동자들 임금만 손대겠다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 차등이 만들 차별이 염려되었다. 현대판 불가촉천민이 나올 수도 있는 일이다. 보통 최저임금은 돈 없는 학생, 시간에 쫓기는 주부, 경제력이 낮은 중장년층의 몫인데 그들의 돈을 아껴서 과연 소상공인들에게 얼마나 큰 혜택이 돌아갈까 싶다.



아침에 수목 소독이 있으니 저층 세대는 창문을 닫으라는 방송이 나왔다. 베란다 창밖을 보니 눈높이까지 자란 나무들이 육체미를 뽐내고 있었다. 우리 집 모기의 고향이 아닐까 싶었다. 곤충과 벌레들이 지구의 백혈구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수시로 가지 치기를 하고 잡초를 뽑고 약을 쳐대도 제 갈 길을 가는 자연에게 부끄러움을 느낀다. 아이들이 풀을 만지고 과실을 따먹는 일이 없도록 해라는 주의 방송에 그 많던 싱아를 우리가 다 먹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오늘 중으로 가스 검침을 하러 온다는 소리에 청소기도 밀고 귀찮은 속옷도 챙겨 입었다. 이게 뭐라고 괜히 신경이 쓰여 장도 안 보고 낮잠도 포기했다. 너무 더워서 못 오시려나. 은근 귀찮은 일이니 빨리 끝내면 좋으련만… 저번에 오신 검시원님 아주머니는 우리 고양이를 귀엽다 해주셨는데, 나중에 오시면 냉장고에서 시원한 식혜를 꺼내드려야겠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냥이들도 더운지 멍해져 수시로 녹아내린 용암 포즈를 취한다. 남아 있던 바나나도 기어이 맛이 가 버렸다.(아까워라…)  음쓰도 버리고 점심에 먹다 남은 두부크림에 찍어먹을 빵을 사러 잠시 나왔다가 장렬한 태양에 증발할 뻔했다. 베넷 모자에 쫄쫄이 팔토시까지 했건만 수 시간 누적된 아스팔트의 열기는 이겨낼 수 없었다. 산책을 생각했지만 맥반석 오징어가 되기 전에 귀가하기로 했다. 다행히 비상구 쪽은 그늘이 져서 운동할 기운이 돋았다. 정상을 찍듯 20층 꼭대기를 찍고 돌아와 수박을 꺼내 먹고 찹찹한 거실 바닥에 누웠다. 눈을 감고 바캉스 왔다 최면을 걸었다.



* 릴스로그 업로드되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reel/C8G2qmMverh/?igsh=MXZpNDl5Ym51bmxnb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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