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작은 하루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집사 Jun 11. 2024

D + 19

20240611 덥고 맑음

일러스트 : 요거트타임 by 최집사



 아침에 수박을 잘라 밀폐용기에 담아 놓고 쌀을 씻어 밥을 안쳤다. 한동안 아침용으로 취나물 잡곡밥을 먹었는데 얼마 전 사온 깨순이 남아 이번엔 깨순밥을 만들기로 했다. 백미, 현미, 렌틸콩, 병아리콩을 넣고 1차로 밥을 한 뒤, 다시 깨순을 위에 올리고 재가열을 누르면 된다. 그러면 적당히 숨이 죽어 향이 끝내주는 깨순밥이 된다. 간장 한 큰 술과 참기름을 넣고 주걱으로 뒤적거리다가 틀에 담아 냉동고에 얼리면 끝. 식빵처럼 아침마다 한 조각씩 꺼내 가벼운 반찬과 곁들여 먹는다. 예전에는 아침마다 빵을 먹었는데 요즘은 의식적으로 밥을 챙겨 먹으려고 한다. 오이가 재철이라 맛도 있고 가격도 착해졌다. 점심엔 메밀 콩국수에 오이를 잔뜩 올려 오이김치와 먹어야지.



아침 작업을 끝내놓고 자전거를 타고 외출을 하고 왔다. 한낮에 나갔다간 다코야끼가 될 거 같아 일찍이 볼일을 봐야겠다 생각했다. 동네 잡화점에 가서 냉장고 커튼용으로 사고 남은 뽁뽁이를 반품하고 화장실 청소용 스크래퍼를 새로 사 왔다. 본격적인 습기의 계절이니 화장실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니까. 아침저녁으로 세면대에 물기를 닦고 환기를 시킨다. 비가 오면 작은 초를 켜 두고 날이 더우면 화장실용 선풍기를 돌린다. 지은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작은 집이지만 머문 시간만큼 정이 쌓여가는 걸 느낀다. 여기저기 낡은 부분도 있고 묵은 때도 있지만, 오래도록 깨끗이 쓰고 싶다 생각한다.



 오후쯤 되면 스마트폰에 보조 배터리를 꼽는다. 금방 설거지를 하는 동안에도 연결해 두었건만 웬일인지 충전이 되지 않았다. 연결 부위가 문제인가… 몇 번을 다시 꼽아 보니 되었다, 안되었다 한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잘 되다가도 한 눈을 팔면 다시 접속이 끊어진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안 그래도 더운 날씨에 핸드폰까지 밥 안 먹겠다고 심통 부리는 아이처럼 군다. 초콜릿도 츄르도 통하지 않을 거 같은데, 어떻게 설득시켜야 할지 고민이 된다. 어쩌면 저 아이에게도 여름휴가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 릴스로그 업로드되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reel/C8EXI7fPFoC/?igsh=MWxnNDk2bmIybTA0NQ==


매거진의 이전글 D + 1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