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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작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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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집사 Jun 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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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0 초여름 덥덥

일러스트 : 냥캉스 by 최집사



지난 주말에는 좋아하는 로스터리에 다녀왔다.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곳이지만 올해 들어 4번이나 방문한 곳이다. 카페에 자주 가진 못하지만 한 번 가게 되면 오래 머물게 된다. 얘기도 하고 책도 읽고 자연스레 1인 2커 1디저트를 하게 된다. 요즘 우리의 취미는 최애 카페 리스트 만들기다. 집 앞에 있었더라면 자주 갔을 거라 생각했지만, 가끔 품을 들여야 하는 까닭에 더 좋은 게 아닐까 생각도 든다.



돌아오는 길엔 비가 내렸다. 얼마 전부터 생각해 둔 추어탕집이 있어 그곳으로 갔다. 시골에 있는 곳이라 밑반찬도 하나하나 정성스럽고 가마솥으로 끓여서 그런지 깊은 맛이 났다. 모처럼 어릴 적 할머니 집에 온 거 같은 푸근한 기분이 들었다.



일요일엔 오일장이라 건너 마을 장에 다녀왔다. 반려인이 좋아하는 갓 볶은 땅콩도 사고, 즉석에서 갈아주는 콩국물도 사고, 둘이 먹을 수 있는 적당한 사이즈의 흑수박도 한 덩이 샀다. 주중 아침에 먹을 국도 만들고, 채소랑 비벼먹을 찌개도 만들고, 다 떨어진 오이김치도 새로 만들어 놓았다. 대충 집안일을 끝내 놓고 나니 정작 내 밥 만들어 먹기는 귀찮아져 오이무침 만들던 양푼에 잡곡밥과 된장찌개, 채소를 넣어 비벼 먹었다. 식탁 의자에 양반 다리를 하고 커다란 스텐 양푼을 안고 있는 모습을 꾸리가 한동안 바라봐 주었다. 집사에 대한 환상이 깨진 눈빛이었다.



 초간단 설거지를 마치고 커피를 내려 소파에 누워 ott 드라마를 정주행 했다.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반려인을 오매불망 기다리다 동네  빙수 셔틀을 부탁해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주말이 지나니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다. 아침 라디오에선 예년보다 폭염이 일찍 왔다고 했다. 점심을 먹고 냥이들과 한바탕 놀아주고 산책을 다녀올까 했지만 기력이 소진해 선풍기를 틀고 거실 바닥에 누워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 인지 모르지만 알고리즘에 노무현 대통령님 영상이 떠서 그걸 보다가 또 눈물이 핑 돌았다. 착하게 살아야지…



한 20분 지났을까, 알람처럼 울리는 재난 문자에 냉장고에 있던 수박을 꺼내 먹었다. 더워지니 입맛이 없지만 땀을 흘리니 물이 당겼다. 냥이들도 하마처럼 나를 따라 수시로 물을 마셨다. 촵촵촵,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그렇게 물이 맛있을 수가 없었다. 오후엔 보리차를 한 솥 우려 놔야겠다.



* 릴스로그 업로드되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reel/C8Bp3rlvtLy/?igsh=MXQzcjJhZG1jYXBqb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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