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작은 하루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집사 Jun 14. 2024

D + 21

20240614 이글이글

일러스트 : 냥풍기 by 최집사



아침마다 룽지는 발가락을 깨물어 깨운다. 저 아이의 애정표현은 깨물기다. 멍뭉이 인형과 감성돔 인형은 오래전 걸레가 되었다. 자기보다 큰 (아나)콘다 인형도 살아남질 못했다. 굳이 취향을 말하자면 길고 복슬복슬한 스타일을 좋아한다. 공교롭게 얼마 전 사온 낚싯대가 딱 그런 느낌이다. 환장을 한다는 소리다. 집사의 환장하는 순간은 그걸로 식사를 하는 걸 볼 때이다. 장난감과 이리저리 함께 뛰며 에너지를 소진해 주길 바라지만 현실은 드러누워 물고 뜯고 빨고 녹여서 뼈다귀를 만들어 놓는다. 조금이라도 수명을 늘리기 위해 놀이가 끝나면 아이의 손이 닿지 않는 작은 방 서랍 위에 올려 놓는다.



룽지는 몇 날 며칠 그 방을 드나들였다. 나름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리라… 지난밤엔 결심을 했는지 기어코 서랍 위에 올라가 장난감을 훔쳐 달아났다. 지금 생각해도 믿기 어려운 일이다. 어떻게 서랍을 열고 올라갔을까... 당시 거실에서 있던 나는 장난감을 물고 유유히 걸어 나오는 룽지를 발견하고 곧장 현장으로 출동했다. 세 번째 서랍이 열려 있었다. 혹 잊고 닫지 않았나 생각해 봤지만 그 후로 같은 일은 또 일어났다. … 조만간 ‘서랍 여는 고양이’ 일러스트를 그려야겠다.



아침에는 비빔밥, 점심엔 가지 덮밥을 만들어 먹었다. 따끈한 밥 위에 어제 만든 가지 조림과 계란, 김가루를 올려 먹으니 별미가 따로 없었다. 요즘엔 날씨가 더워 음식이 금방 상해버리는데 적당히 만들고 부지런히 소진하는 방법 밖에 없다. 반찬 수명이 짧으니 자연히 주방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 여기서 요리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쓴다. 나만의 작업실이라 생각하면 얼룩도 먼지도 마냥 싫지만을 않다.



 금요일이라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며 정신없이 보냈다. 건조대가 모자라 옷걸이를 한 움큼 꺼내 와 빨랫줄에 널었다. 고양이들 화장실을 치우고 걸레질을 할 땐 인중과 오금이 땀으로 축축해졌다. 지치지 않으려 중간중간 물도 마시고 선풍기 바람을 쐬어가며 일했다. 안방 온도계가 조용히 29도를 알렸다. 되도록 7월이 지나면 에어컨을 켜고 싶은데 날씨가 도와주질 않는다. 그럼에도 조금씩 더위에 적응하는 중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청소를 끝내고 먹은 수박이 꿀맛이라 다행이었다.



* 릴스로그 업로드되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reel/C8MJ6p6v1e7/?igsh=MXUzbnl5OXJuaWExcw==




매거진의 이전글 D + 2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