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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티끌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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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집사 Jul 1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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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6 추적추적 비

일러스트 : 냥핑카여행 by 최집사



 식탁 다리에 감아놓은 스크래쳐 줄이 낡아 교체하는 작업을 했다. 먼저 호기심 많은 룽지가 관심을 보였다. 풀어놓은 뱀 아니, 줄을 온몸에 감고는 17대 1을 상대하는 자세로 뒹굴다가 우다다다 작은방으로 도망을 쳤다. 가만히 있어도 진 빠지는 시즌에 나의 인내는 바닥을 보였다.



소심하고 고상한 꾸리는 옆에서 구경만 했다. 무슨 감독관처럼 처음엔 이리저리 간섭을 하더니 이내 시시하다는 듯 자리로 돌아갔다. 인중의 땀을 말리기 위해 선풍기를 코앞에 틀어놓고 이두와 삼두를 불끈 거리며 줄을 감았다. 마무리 매듭을 짓고 몸소 테스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멀리서 보고 있던 냥이들이 다가와 긁어 보더니 합격이라고 말해주었다.



 점심은 불 없는 한 끼로 해결했다. 입맛이 없었지만 배가 고픈 관계로 가스불을 생략하고 상을 차렸다. 냉장고에서 계란장, 버섯장아찌, 마늘장아찌, 파프리카 샐러드, 열무김치를 쪼로로 꺼내 넓은 접시 하나에 빙 둘러 담았다. 잡곡밥을 데워 김가루도 솔솔 뿌렸다. 설거지도 고달픈 날씨니 그릇 사용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후식으론 얼린 찹쌀떡을 두 알 꺼내 먹었다. 물론 이것도 반찬 뚜껑에 놓고 먹었다. 집 앞 아이스크림 마트를 끊은 지 2년이 넘어간다. 이렇게라도 찰떡 아이스를 대체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냥이들 간식을 사러 외출을 했다. 산소통도 매고 오리발도 신고 수경에 쫄쫄이도 입으려 했지만 차마 부끄러워 그러지 못했다. 처음은 접영으로 시작했다. 한 마리 인어공주 아니, 두꺼비처럼 생활형 근육을 뽐내며 큰길로 헤엄쳐 갔다. 건널목 앞 깜박이는 신호등을 따라서 귀 옆 아가미도 뻐금거렸다. 옆에 있던 커다란 플라밍고 튜브를 타고 계신 꼴뚜기 아주머니와 가볍게 눈인사도 나누었다. 개구리 영법으로 가게까지 순식간에 도착했다. 다소 경박스러운 발놀림에 사람들이 쳐다보기도 했지만, 캐릭터를 양서류로 잡은 관계로 역할에 충실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눈이었다면 스키를 타고 다녔겠지… 겨우 초복이 지났는데 습하고 더운 날씨 탓에 머릿속은 온통 크리스마스 생각뿐이다. 인간의 뇌가, 상상력이 몸 안의 열을 식히고 습기를 말려주기를 바라본다. 상상으론 뭐든지 할 수 있으니까, 이왕이면 올여름엔 수영 요정?으로 장마를 지내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실제론 물을 아주 무서워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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