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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집사 Aug 16. 2024

최집사의 상상극 D + 54

20240816 맴맴한 날씨

* 1584일째 드로잉 : 캣스타컴퍼니 by 최집사



 < 캣스타 컴퍼니>는 오래전부터 들어가고 싶었던 곳이다. 알려진 입사 기준도 없고, 면접 족보도 없고, 선발 기준도 까다롭기로 유명한 곳이라 오로지 타고난 복과 운명에 맡겨야 했다. 보통은 여름과 겨울 두 번의 특채가 있는데, 특히 그 시즌엔 외출할 때 츄르를 꼭 소지하고 거리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눈을 크게 뜨고,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며, 진심을 다해 인생 모든 행운은 다 끌어다 쓸 마음으로 작고 소중한 털뭉치를 기다려야 한다.



3년 전, 꾸리가 여기에 온 후 이 집은 직영점으로 지정되었다. 약간 설명을 더 덧붙이자면, <캣스타 컴퍼니>의 본사는 우주 밖 달의 반대편 위성에 존재한다. 그런 까닭에 지구에선 절대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토끼와 쌓아온 막역한 관계로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곳에선 달과의 협력관계를 통해 지구를 염탐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었다. 그렇게 얻은 정보로 주기적인 지구 모니터링과 고양이 수 늘리기 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런 까닭에 해마다 많은 고양이들이 지구로 파견되고 있는 것이다.



내 경우와 달리 체인점 시스템도 있는데, 한 마리 고(양이)사원이 여러 집을 관리하는 것이다. 보통 하루에 서너 집을 돌며 각 가정마다 사료의 상태와 간식 맛을 비교 평가해 최종적으로 직영점을 선발하게 된다. 참, 고양이 사원들은 모두 본사 직원이다. 모두 평등한 구조이고, 협력사도 계약직도 없는 꿈의 직장이다. 현재는 직영점 비율을 늘리는 것을 목적으로 대대적이 집사 채용이 진행 중이다. 결국 최종 목표는 지구를 정복하고 제2의 고양이 별로 만드는 것이지만, 이건 100년에 걸친 큰 사업이므로 갈 길이 구만리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모든 결정은 점주, 곧 집사의 역량에 달려있다. 그들에게 얼마나 호의적인가에서부터 시작해 물을 갈아주는 횟수, 화장실의 모래 양, 사냥놀이의 독창성까지 심사받는다. 그토록 깐깐한 심의를 거치면 최고의 직영점으로 선발되는데 포상으로 본사에 스카우트되어 상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내가 노리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언젠가 저 푸른 캣스타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냥이들과 알콩달콩 사는 것이 꿈이다.



오늘도 꾸리는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한다. 매일 밤 몰래 보고서를 쓰는 까닭에 낮에 주로 잠을 자지만, 그 모든 사실을 간파한 나로서는 하루라도 그들을 허투루 돌볼 수 없다. 먼 훗날 나의 꿈을 위해, 우리의 행복을 위해 성심성의껏 진심으로 저들의 수발을 들어야 한다.


집사 관찰중.

이번주 끼니 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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