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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집사 Sep 06. 2024

별 많고 별일 없는 밤을 위해

안방



 잠들기 직전의 시간을 좋아한다. 술도 끊고 야식도 끊었으니 어두워지면 냥이들과 뒹굴대다 잠드는 게 유일한 낙이다. 요즘은 9시만 되어도 몸이 노곤해져 안방으로 간다. 평소 일하고 작업하는 주방이 보이지 않으니 거실보다 편히 쉴 수 있다.



결혼할 때 들였던 침대에선 몇 번 낙상 사고가 있었다. 그땐 젊어서 오뚝이처럼 벌떡벌떡 올라왔는데, 잠결이라 그다지 아프지도 않았다. 그렇게 5년 정도 둘이서, 아니 꾸리 포함 셋이서 옹기종기 한 침대를 썼다. 하지만 이상하게 갈수록 침대는 작아졌고, 야심한 밤 서로의 면상은 가격하는 사건들이 일어났다. 전에 몰랐던 몸부림이다. 그렇게 한동안 사이좋게 펀치를 주고받으며 침대를 정리했고 광활한 바닥생활을 시작했다.



 창가에서 잠들었다가 방문 앞에서 깨어났다. 자면서 서로의 따귀를 때리고 맞을 일도 없었다. 배형, 접영, 자유형, 평형… 태평양 고래처럼 밤마다 온 방을 헤엄치고 다녔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몸 여기저기가 쑤셨다. 이번에는 침대가 아닌 딱딱한 바닥이 문제였다… 침구 정리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었다. 혈기왕성한 냥이들 둘이 뛰고 구르는 공간에 24시간 이불을 깔아놓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결국 다시 침대 생활로 돌아와 싱글침대 두 개를 붙여 쓰게 되었다.



어릴 땐 언니와 한 이불 안에서 꽁냥꽁냥 놀았던 추억이 있다. 추운 겨울, 도톰하고 아늑한 그곳은 우리의 궁전이자 우주선이었다. 여름엔 성 같은 모기장 쳐놓고 그 안에서 뛰어놀았다. 천장엔 야광별도 잔뜩 붙였던 기억이 난다.



이곳은 가장 안전하게 꿈꿀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일과를 마치고 하루의 무사함에 감사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온갖 행복의 가능성을 그려갈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란다. 잠들기 전 누워서 책도 읽고 여행하고 싶은 곳의 영상도 찾아본다. 그러는 사이 스르르 곯아떨어지는데 그 느낌을 좋아한다. 나의 바람이 모두 이뤄지지 않더라도 그날만큼은 괜찮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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