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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티끌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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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집사 Sep 30. 2024

가을 여행 D + 59

20240930 선선 쨍쨍 쌀쌀

* 1631번째 일러스트 : 섬마을 고선생



 아침저녁으로 찬기운이 돈다. 한낮엔 아직 해가 뜨겁지만 바람은 선선해 금방 땀이 마른다. 산책길에 학생들이 삼삼오오 캐리어 끌고 가는 모습을 보았다. 여름이 끝나니 수학여행 시즌이 되었다. 좋을 때구나… 할머니처럼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건널목에서 만난 리트리버씨와 눈인사를 나누고 공원으로 갔다. 어제보다 좀 더 차가워진 공기를 하마처럼 들이키며 걸음을 재촉했다. 나무 사이로 지저귀는 새소리가 들렸다. 저들에게도 월요일은 치열한 하루 같았다. 일단 태어났으니 열심히 살아야겠지.근면, 성실은 모든 생명의 의무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주말엔 반려인과 욕지도에 다녀왔다. 나름 화해의 의미로다가 기획한 나들이였다. 배도 타고, 바다도 보고, 둘이 손 꼭 잡고 출렁다리도 건넜다. 큰맘 먹고 셀카봉도 가져가 사진도 제법 남겼다. 점심으로 준비해 간 도시락과 과일, 항구 초입에서 산 고등어 김밥을 먹었다. 절벽 끝 정자에 자리를 잡고 광활한 바다를 내려다보며 먹으니 용한 산신령이 된 기분이 들었다. 뱃멀미를 할 줄 알고 멀미약을 복용했는데 배에 타자마자 곯아떨어졌다. 약속이나 한 듯 승객들 일제히 잠이 들었다. 선장님의 기상방송이 없었더라면 아직도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큰 너울에 적당히 흔들리는 배가 요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엔 현지에서 나는 고구마와 옥수수도 샀다. 햇고구마는 며칠 말려 먹는 게 좋다고 하여 돌아오자마자 베란다로 가 널었다. 냥이들도 낯선 냄새에 코를 벌름거리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혹시 몰라 박스 세 곳에 나눠 담은 뒤 선반 위에 올려놓았다. 흙냄새라면 환장하는 룽지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의자도 멀찍이 치워두었다. 아쉬움을 가득 담은 아이들의 눈길을 애써 외면하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고구마며 옥수수며 올겨울에 부지런히 쪄먹을 생각을 하니 큰 빵조각을 이고 온 개미처럼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https://www.instagram.com/reel/DAh-KAzvZ-x/?igsh=engwNGM5OWZyb3B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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