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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집사 2시간전

옥수수계란 & 버섯새싹주먹밥

냉장고 여름털이



 늦여름 내내 찰옥수수에 빠져 살았다. 주말이면 그 핑계로 2시간 달려 고성에 갈 정도였다. 산지에서 직접 옥수수를 먹기 위해 이른 아침, 반려인과 함께 나라 구하러 가는 표정으로 집을 나섰다. 구불구불한 국도를 한참 달려가다 보면 나타나는 옥수수 간판들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어떤 설명도 수식어도 없이 오직 세 자, 옥수수라는 글에는 시크한 듯 다정함이 잔뜩 묻어있었다.



긴 터널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하나 둘 노점들이 나타났다. 높고 낮은 산들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도로에는 가마솥파와 압력밥솥파로 나누어 가게들이 일정 간격을 두고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중 내키는 곳에 차를 세워 옥수수를 샀다. 밥솥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조그만 할머니가 계신 곳이었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반려인이 안고 오는 옥수수를 바라보며 어쩌면 이것이 드라이빙스루의 원조격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차에선 그걸 열 봉지나 실어가는 걸 봤는데, 집에 오니 이해가 되었다. 그 후로 집 근처 옥수수 가게에서도 사 먹어보고 네이버, 쿠팡도 뒤져봤지만 기대치가 한껏 올라간 탓에 썩 내키지 않았다. 그나마 얼마 전 욕지도에 다녀오는 길에 불행 중 다행으로 옥수수를 사 올 수 있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반으로 뚝뚝 분질러 냉동실에 고이 얼려두었다.



심심할 때마다 하나씩 꺼내 야금야금 부지런히 데워 먹었다. 옥수수알 까는 것도 재미있고 은근 중독성이 있었다. 땅콩 까는 것만큼 힐링이 된다. 한동안 일일일옥수수했더니 슬쩍 질리려고 해서 요즘엔 다른 요리를 만들어 먹는다. 얼마 전에는 수프를 만들어 먹었고, 이번에 생각해 낸 건 옥수수 주먹밥이다. 마침 냉털이 절실한 시기라 새싹 주먹밥도 함께 만들어 보았다. 달콤하고 쫄깃한 식감이 찹쌀을 넣은 것 마냥 맛이 좋았다.



 팬에 오일을 두르고 옥수수알을 넣는다. 중불에서 달달 볶은 후 계란을 넣고 스크램블을 만든다. 밥에 옥수수 스크램블과 후추를 넣고 섞은 뒤 주먹밥을 빚는다. 버섯은 잘게 찢어 간장, 들깻가루에 조린다. 새싹채소와 버섯 조림을 밥에 섞어 주먹밥을 빚는다. 접시에 담아서 밑반찬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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