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5 춥지만 따뜻
* 1687일째 드로잉 : 보통의 가족. 13
- 얼마 전 안경다리 한쪽이 부러져 버렸다. 여분의 안경이 있지만 쓰고 있는 게 편하고 정이 들어 접착제로 심폐소생을 시켰다. 흥부가 제비 다리 고쳐주는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이어 붙이니 박 씨라도 물어다 줄 것처럼 멀쩡해졌다. 평소 망가진 걸 이어 쓰고 붙여 쓰는 걸 좋아하니 이쯤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최근엔 도수가 안 맞아 못쓰는 안경을 모아 정리한 적이 있는데, 비싼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거 같아 아깝기도 하고 죄스럽기도 했다.
- 한 번씩 문득 어릴 적 외할머니가 떠오른다. 홀로 8남매를 키우시느라 알뜰살뜰이 몸에 베인 분이셨다. 그땐 어린 마음에 그 모습이 부끄럽고 궁상맞다 여겼는데... 삼촌들은 할머니께 ‘죽을 때 싸가지고 가려고 그렇게 아끼냐 ‘고 농담을 하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죽을 때 가져가려는 게 아니라 남겨두고 가려던 마음이셨었던 거 같다.
나도 할머니처럼 늙을 수 있을까…
- 지난밤 너무 피곤해 베란다에 룽지가 나간 지도 모르고 문을 닫고 잠이 들어버렸다. 한밤중에 꾸리가 문 앞에 앉아 있는 걸 반려인이 보고 열어주었다고 한다. 어떻게 나갔을까 한참을 갸우뚱하는 그에게 이실직고 자수를 했다. 뒤이어 룽지에게도 석고대죄를 했다. … 울면 열어주었을 텐데, 하염없이 기다린 룽지가 안쓰럽기도 하고 곁을 지킨 꾸리가 대견하기도 했다. 그렇게 또 기다리는 마음을 배웠다.
- 주말 아침, 골프를 간다던 반려인이 늦잠을 잤다. 지난밤 잠을 설친 거 같던데… 이불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약속에 늦으면 허둥지둥할 거 같아 5분 간격으로 깨웠지만 그때마다 망자의 목소라로 5분 만을 읊조렸다. 최후의 방법으로 전기장판 코드를 뽑아 버렸다. 그제야 결계에서 풀려나 화장실로 엉금엉금 기어갔다.
- 오늘의 할 일 : 욕심부리지 말고 도서관 책 두 권만 빌리려고 했지만 휴관이네… 떨리고 설레는 낙서모임. 양말 주문. 잊지 말고 청소기 돌리기
* 릴스로그 [ 먼데이 비디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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