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2 눈을 뗄 수 없는 가을의 끝.
* 1684일째 드로잉 : 보통의 가족. 10
- 겨울맞이 몸무게 증량에 성공했다. 자랑할 일도, 축하할 일도 아니지만, 앞으로의 계절을 평화롭게 보내는데 도움이 되지않을까 기대한다. 가을 연어에 안주하지 않았다. 겨울 대방어를 목표로 꾸준히 노력? 한 결과이다. 이에 질세라 냥이들도 패딩을 꺼내 입었다. 지난 저녁에 꾸리의 뒷덜미에서 뚱카롱을 발견했고, 오늘 아침엔 룽지의 복부가 지면에서 머지않았음을 알았다. 이 모든 초현실적인 현상은 시종일괸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을 가리키고 있었다. 꿀꿀…
-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냥이들 화장실 물청소 날이다. 대청소도 해야 하므로 늦잠은 허용되지 않았다. 일어나자마자 냥이들 밥 주고, 물 갈고, 지난밤 씻어 놓은 지퍼백을 정리했다. 빨래망을 걷어와 빨래를 넣어 돌리고, 누룽지를 끓이고 깍두기를 꺼내는 사이 간주 점프 한 듯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타임슬립을 경험하는 건 적성에 맞는 일이라고 하던데… 좋아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다르다는 건 비극일까, 희극일까... 나 대신 늦잠을 잔 그가 서둘러 출근을 했다. 안방 침대는 다시 고요한 냥이들의 차지가 되었다.
- 앞자리가 4로 바뀐 뒤로는 나이를 세지 않는다. 기억과 연산기능이 퇴화되어 버린 탓도 있고, 시간에 집착하는 마음을 놓아버리고 싶은 바람도 있다. 주변에 또래들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그 많던 40대는 어디로 갔을까… 그림자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빛을 이야기하고 싶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밝은 색은 검은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모든 색을 차별 없이 품고 싶다는 큰 꿈을 꾼다.
- 매주 목요일은 요리를 하는 날이다. 밥을 소분해 냉동해 놓고 한동안 먹을 국이나 찌개를 만들었다. 평소 소소한 찬들은 그때그때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시간과 정성을 더 들여야 하는 요리는 이렇게 날을 잡아하는 게 편하다. 이름하여 ‘주간 최셰프‘.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듯 요리를 한다. 실력도 없고 장비빨도 없지만 즐거운 마음과 긍정의 기운이 근사한 조미료가 되어주길 바라며 정성을 다한다. 나의 소박한 노동이 아름다움의 씨앗이 되었으면 좋겠다.
- 오늘의 할 일 : 세탁기 턴테이블이 들려주는 노동요 제28악장, 굉음의 유선 청소기와의 엉킴 없는 왈츠 타임.
- 점심에 먹고 싶은 거 : 대파 오믈렛을 올린 버섯 잡채밥. (짜장을 곁들이고 싶지만 없으니 패쓰.)
* 뽀나스 : 교대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