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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집사 Nov 27. 2024

섬의 위로 D + 93

241127 바람바람바람

* 1689일째 드로잉 : 보통의 가족. 15



- 무사히 제주도에 착륙했다. 몸살이 날 거 같았는데 친구 얼굴을 보고 붕어빵 하나 얻어먹으니 다시 쌩쌩해졌다. 화장실을 편히 쓰라고 안방을 내어주었다. 팔찌도 선물 받고 시원한 낙지탕도 얻어먹었다.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아기자기한 애월의 도깨비 마을에 오니, 모처럼 이상하고 아름다운 마음이 들었다.


- 러닝을 시작했다는 친구에게 나무꾼 날개옷 꺼내듯 러닝화를 선물했다. 그녀가 마음껏 달려갔다가 잘 돌아왔으면 좋겠다. 직접 만든 부끄러운 가방과 잼도 전달했다. 내일 아침을 해 주기로 했는데… 어떻게든 마음을 전할 길이 있어 다행이다. (좀 떨리긴 하지만)


- 못 본 사이 친구 딸들이 너무 예쁘게 자라 있었다. 어릴 때 친척 어른분들이 나를 볼 때마다 많이 컸다고 놀라셨던 모습이 이제야 이해되었다. 친구가 보낸 지난 시간들이 켜켜이 새겨진 나무를 보는 거 같았다. 푸르고 울창하고 단단해 보였다.


- 몸은 좀 고단했지만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그래도 배려 덕분에 일찍 잠자라에 누웠다. 아픈 뒤로 혼자 여행하는 건 병원 있을 때가 떠올라 잘하지 않았는데… 이번 계기로 무서운 기억을 좋은 기억으로 덧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큰 배낭을 메고 버스를 타고 31개의 정거장을 지나 경전철을 갈아타고 비행기를 타고 날아서 다시 버스를 타고 이곳에 왔다. 뭔가 청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하고 싶었는데… 현실은 재난 영화에 가까웠다. 한편으론 내 마흔의 체력을 실험해보고 싶기도 했다. 그렇게 사서 고생하며 돌아 돌아오는 동안 사람의 고마움도 깨달았다. 반려인의 배낭을 메어보고 그가 운전해 주는 차 없이 걸어보니 그 무게와 빈자리의 소중함이 느껴졌다.


- 오늘의 할 일 : 본격적인 제주 나들이. 두둥


* 뽀너스

친구딸 시현이가 만들어 준 고양이 _룽지를 닮은 거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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