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9 춥지만 고요한
* 1691일째 드로잉 : 보통의 가족. 17
-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시원하게 영역표시를 하고 나오니 2시, 짐정리를 하고 만둣국을 끓여 먹고 나니 4시, 양치에 설거지까지 마치고 나니 4시 반이다. 난기류를 뚫고 오며 긴장을 한 탓에 몸살 기운이 있었다. 돌아오는 길 사정없이 흔들리는 기내에서 옆자리 아기가 우는데 나도 따라 울 뻔 했다. 썩소를 짓으며 괜찮다고 말해줬지만 이미 들켜버린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바라보던 아이는 득음이라도 할거처럼 고래고래 샤우팅을 날렸다.
- 마법의 타이레롤을 한 알을 털어 넣고 냥이들을 데리고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못 본 사이 체급이 올라간 녀석이 육중한 엉덩이로 지그시 내 허벅지를 눌렀다. 다시 일상의 무게가 느껴졌다. 동시에 무사히 돌아왔다는 안도도 들었다. 눈을 감고 돌아보니 소중하지 않은 시간은 없었다.
- 아침에 일어나니 집사 눈에만 보이는 집안일이 한가득이다. 2교대로 돌아가던 냥이들의 감시도 한층 삼엄해져 반경 1미터 내에 경비를 서고 있다. 저러다 조만간 전자발찌를 채울지도. 빨래를 돌리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 빨래를 널고, 청소기를 돌리고… 그렇게 오전이 훌쩍 가 버렸다. 후반전엔 밥을 하고 국을 끓여 두어야겠다. 선행해 둔 집안일이 무색하게 테트리스 블록처럼 일들이 쌓여있다. 차근차근 한 줄씩 해치우며 사이사이 차도 마시고 작업도 해야겠다.
- 아침에 라디오에서 기준 금리가 또다시 인하되었다는 소식이 나왔다. 내년 경제 성장률도 재하향조정 되어 1.9프로를 예상한다고 한다. 산업화로 고성장하던 지구가 사춘기를 지나 성인기에 돌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더 이상 양적 성장은 무의미한 일이 되었다. 다음을 위해 어떻게와 왜를 묻는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 오늘의 할 일 : 뜨끈한 아침을 위한 뭇국 끓이기. 겨울용 땔감, 잡곡 냉동밥 만들기. 한 땀 한 땀 패브릭 작업물 정리. 슈퍼파워 청소봇 변신.
* 뽀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