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7 마이너스 한파
* 1709일째 드로잉 : 숲 속의 크리스마스
- 꾸리는 스스로 문을 여는 능력이 있다. 현재 화장실은 물론, 옷방과 다용도실까지 접수한 상태로 평소 불시에 문을 따고? 순찰을 돈다. 그렇게 신통방통한 기술에도 치명적인 단점은 있다. 오직 ‘미시오’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번은 야심한 밤 혼자 옷방에 들어갔다가 갇힌 적이 있다. 한 마리 늑대처럼 오열을 하며 우리를 깨웠는데, 안에서 밀면 열릴 줄 알았다고 한다.
- 그렇게 아이의 두 번째 능력이 발현되었다. 평소 부지런히 갈고닦은 목청은 어느 구석에 고립되기만 하면 진가를 발휘한다. 녀석이 집사를 부르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심금을 울린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가 아이를 구출해 낼 때마다 미안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대체 뭐가 미안한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래야 할 거 같다.
- 첫 번째 알람은 사뿐히 건너뛴다. 그것이 겨울의 룰이다. 깨더라도 바로 일어나선 안 된다. 기립성 저혈압에 취약한 계절임을 핑계로 저속모드를 고수해야 한다. 세상 가장 청정하고 안전지역인 이불속에 머물며 최대한 느릿느릿 시동을 걸어야 한다.
- 계절마다 허용되는 게으름이 있다. 봄, 가을은 꽃과 단풍을 위한 것이고, 여름은 열을 식히기 위한 것이며, 겨울은 추위와 긴 밤에 적응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동면이라 부른다. 이 계절만큼은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일상이 허용된다. 겨울은 불면증을 해소하기 좋은 계절이며 잠은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자 치유이다.
- 오늘의 할 일 : 목욕 마친 청소기 필터 재조립. 캐럴 들으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 물씬 나는 그림 그리기. 묵은지가 되어가는 영상들 편집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