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토렌틸콩 숲

똑똑한 똑볶이

by 최집사



보일러가 고장이 났다. 동파는 아니고 누수 문제였다. 반려인과 낑낑대며 세탁기를 옮겨 놓고 확인에 들어갔다. 여기저기 둘러보니 보일러 아래쪽 뚜껑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물이 세고 있었다. 친구와의 약속을 취소하고 서비스를 신청했다. 친구는 춥기도 하고 집에만 있을 테니 씻지 말고 버티라고 했다. 뜨거운 물은 나왔지만 누수 핑계로 머리를 감지 않았다. 심각한 표정으로 정수리 냄새를 맡던 꾸리가 이의를 제기했다. 원래 겨울은 격일제라고 말해주었다.



al 상담사와 씨름을 하다가 겨우 a/s를 신청했다. 최대한 서울말로 설명했는데 알아듣지 못하고 집 주소를 다른 곳으로 접수해 버렸다. 다음날 김포에서 전화가 왔다. 우여곡절 끝에 방문한 다른 기사님이 보시곤 자체 불량이라고 무상으로 수리해 주겠다고 하셨다. 본사에 클레임을 걸고 싶었던 마음을 고이 접어두고, 조용히 비타민 음료를 하나 내어 드렸다.



수리에 신경 쓴다고 예민해져 있었던 탓에 기력을 소진해 버렸다. 떡볶이로 스트레스를 풀던 때를 떠올리며 매콤한 숲을 만들기로 했다. 떡볶이를 끊었지만 떡볶이를 먹지 않는 게 아니니까, 치킨을 끊어지만 치킨을 먹지 않는 것도 아니다. 뭔 소리냐면, 토마토 떡볶이나 궁중 떡볶이를 해 먹거나, 찜닭이나 오븐 구이를 먹으면 된다는 말이다. 커피를 끊었다면 차를 마시면 되고, 술을 끊었다면 무알콜을 먹으면 되고, 담배를 끊었다면 자일리톨을 씹으면 된다. 정말 미친 듯이 먹고 싶다면 한 끼 정도는 먹어도 괜찮을 것이다. 대체된 요리에선 내가 기대한 맛이 나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새로운 맛을 배우고 알아갈 시간은 충분하다. 건강한 맛에 길들여지면 그 맛이 또 아는 맛이 될 테니까..



* 재료 : 방토. 렌틸콩. 올리브유. 고춧가루. 물엿. 소금. 삶은 계란. 떡볶이떡

1. 렌틸콩을 물에 불린다.

2. 방토를 반으로 잘라 냄비에 담는다.

3. 올리브유를 두르고 방토를 으깬다.

4. 방토를 익힌 뒤 렌틸콩을 붓는다.

5. 고춧가루. 물엿. 소금응 넣는다.

6. 그릇에 담고 삶은 계란과 떡볶이떡을 올린다.


* 요리 영상은 아래 링크에…

https://www.instagram.com/reel/DE2KeLYzNiX/?igsh=M2Z3bWwzZDlndXl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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