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해서 만든 고민 주머니

250805

by 최집사



< 지구의 기분 >

기온 30도 습도 76프로, 꾸물꾸물한 하늘. 8월을 알리는 폭우가 쏟아졌다. 연이은 폭염 속 꿀 같은 휴가를 맞이했건만, 찬물을 끼얹는 날씨 타이밍을 과연 절묘하다 해야할까. 뉴스에서 8월은 더 더 더울 거라 했다. 이 이상 뭐가 더 있겠냐만은 해마다 놀랍게도 지구는 자가 기록을 경신 중이다. 아파하는 중일까, 성장하는 중일까… 그 속에 기생하는 우리는 멸망하는 중일까, 진화하는 중일까. 여름의 시원함보다 겨울의 따뜻함을 2억 년 전부터 편애한 몸이다. 코 끝 쨍한 칼바람을 변태처럼 즐기는 쪽이라 활화산 열기로 몰아치는 똥꼬발랄한 8월이 퍽 부담스럽다. 붕어빵, 엉뜨, 수면양말, 호빵, 난로… 머릿속은 이미 겨울 회상용 해시태그로 가득하다. ott 드라마 속 여주가 입은 후드티에 가느다란 눈을 뜨고 향수에 젖어든다. 연중 분노 게이지가 극에 다다르는 달, 태양을 피해 문워크를 추게 되는 달, 누구든 파업 선포할 수밖에 없는 달이다. 일은 줄이고 잠은 늘리고 속도를 늦추고 번잡한 마음을 내려놓고 스스로에게 약간의 게으름을 허락한다. 하던 일이 안되더라도, 시간 내에 다 못하더라도 재촉하지 않으려 한다. 일 년 중 8월만큼은 내 안의 작은 동키에게 채찍 말고 당근을 실컷 먹이겠노라, 다가오는 8월의 크리스마스엔 눈처럼 흰 콩국수를 맘껏 즐기겠노라 다짐한다.



< 작업일지 >

업사이클링 작업의 모든 과정에서 낭비를 최소화하고 싶다. 디자인은 단순하게, 부자재는 최소화로, 남은 자투리 원단은 최대한 활용하고, 어떻게는 버려지는 부분을 줄이려 머리를 굴린다. 그럼에도 사용하기 편하고 튼튼해야겠지. 결국 쓰임의 빈도를 높이는 것이 에너지와 쓰레기를 줄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이상은 천상에, 현실은 지하 세계 어디쯤 있다.


헌 옷 환생 프로젝트 [버림 없는 작은 쓰임] 브런치 북을 발행하고 2주가 지났다. 더운 날씨에도 틈틈이 만들어 올리고 있지만 창작자의 마음과 달리 이번에도 의뢰가 들어오지 않았다. 슬슬 기운이 빠지고 자신감은 곤두박질쳤다. 의욕은 줄고 마음은 꾸깃꾸깃, 희박했던 자존감마저 빨간불이 들어왔다. 어설픈 디자인에 실망하고 아쉬운 완성도에 자책했다. 끝까지 아무도 없으면 어쩌지? 벌컥 겁이 났다. 가뭄 속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지는 절망을 비집고 순수하게 몰입하던 때의 마음이 떠올랐다. 결국 이번에도만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고민과 고뇌의 주머니를 만들 수 밖에 없었다. 지난번 가방을 만들고 남은 자투로 만든 것이다. 그렇게 한 번더 버려지는 마음을 붙들기로 했다. 이 모든 과정이 나다워지는 과정임을 느끼며 정말 내게 필요하고 스스로를 위한 물건을 만들었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