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라벨을 품은 쩌렁쩌렁 동전지갑

250819

by 최집사



< 지구의 기분 >

폭염 혹은 폭우, 중간이 없는 날씨다. 아침 베란다 온도가 33도를 갱신했다. 새벽이 되어도 29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습도만 80프로까지 치닫는다. 찜통 속 고구마의 기분을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 2주 전에 휴가를 다녀온 뒤 코로나를 증여받았다. 평소 더위에 길들여진 몸뚱이는 대중교통의 파워 냉방을 견디지 못했다. 집에 돌아왔지만 에어컨을 틀지 못하고 며칠 밤낮을 골골거렸다. 코는 막히고 목은 잠기고 정신은 혼미한 와중에 물만 먹어대는 하마가 되었다. 온몸의 구멍이란 구멍이 수문을 열고 대량의 염증과 독소를 쏟아냈다. 그 좋아하는 콩국수도 냉면도 빙수도 입에 대지 못하니 여름을 살 낙이 없었다. 일주일 간의 사경을 헤매고 정신을 차렸을 땐 이 모든 게 지구의 큰 그림이었단 걸 깨달았다. 내가 자발적으로 에어컨을 끄게 하기 위해 코로나와 폭염이라는 카드를 제시한 것이다. 신의 머리 꼭대기에 산다고 착각하며 산 벌이었다. 그간의 초췌해진 몰골로 커튼을 걷으니 눈부시게 맑고 고운 파랑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건 하늘의 선물인지도…


< 작업 일지 >

아무도 의뢰가 없어 마상을 입었다. 신호가 약했던 탓일까… 나름 큰 용기로 쏘아올린 공이었는데 자꾸 내 머리 위로 돌아왔다. 슬픔에 잠겨? 곰곰이 생각해 보니 스스로 목적을 벗어났음을 깨달았다. 내가 바라는 건 작업에서 얻는 만족이었는데... 너무 젯밥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니 다시 계속 만들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알아주고 반가워해주고 함께 해주면 좋겠지만 그것에 집착해서는 안된다는 마음이 들었다. 따라서 앞으로는 뭐가 되었든 일단 그냥 만들고 기록해 볼 생각이다. 내가 갖고 싶고 쓰고 싶은 걸 백프로 반영해서 죄책감이나 낭비없이 만들어 보고 싶다.


그동안 헌 옷으로 가방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원단으로 동전지갑을 만들었다. 단순한 모양의 지퍼가 달린 손바닥만 한 아이다. 고양이, 나무, 버섯 라벨을 달아서 나름 절제된 귀여움을 추구했다. 3주 넘게 작업했는데 완성한 건 겨우 20개 남짓이다. 가심비가 만 프로인 작업물이다. 이것저것 더 만들어 차후 나눔이나 판매할 계획이다. 수익금이 생긴다면 유기동물을 돕는데 쓰면 좋을 거 같다. 좋아하는 일로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면 꽤 큰 만족과 동기부여가 된다. 더러 과정이 어설프고 느리더라도 오래오래 귀엽고 착한 것들을 만들고 싶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