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826
< 지구의 기분 >
모처럼 해가 뜨기 전 산책을 다녀왔다. 보도 블록을 사이를 비집고 집을 짓는 개미들, 콘크리트 도로 틈에 고개를 내민 강아지풀, 몬치스 인형처럼 풍성해진 아카시아 나무의 모발을 탐하며 사진을 찍었다. 지난 처서가 무색하게 지구는 고온다습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황량한 맹지를 덩굴로 메우고 무너진 산맥을 이끼로 덮기 위함이겠지… 그 덕에 대지는 거대한 온실이 되어가고 일상 속 초록 지분은 정점을 찍었다. 아직 점심이 되기 전, 베란다에 내다 놓은 실내 바이크의 온도계가 39도를 가리켰다. 고장일까… 역대급 수치에 어리둥절하고 있는 사이 장수 할아버지 포스의 룽지는 쩍벌을 하고 일광욕을 즐겼다. 그 모습을 보고 반짝 떠오른 꼼수. 분노의 태양신의 직사광선 에너지를 이용한 자연 소독기를 가동하기로 했다. 서둘러 안방 이불을 가져와 널고 수건이며 발매트며 행주에 도마까지 총출동을 했다. 습한 기운에 봉인되었던 온갖 살림살이를 꺼내 펼치고 놓친 게 없나 더듬이를 세웠다. 다용도실로 가 두리번거리다 씻어 둔 음쓰통을 가져갔다. 카피바라처럼 광활한 인중에 새벽이슬처럼 맺힌 땀방울을 닦으며 변태같은 미소를 짓었다.
< 작업일지 >
산책을 위한 미니백을 만들었다. 핸드폰 하나, 카드 하나 들어가는 사이즈의 미니멀한 목걸이 주머니이다. 지난번 가방을 만들고 모아둔 헌 옷 자투리 원단 중 여름에 어울리는 파란 체크를 이용했다. 천연 광목을 이용해 끈과 안감도 만들고 손수 수놓은 나무 라벨도 붙였다. 바다 느낌 나는 단순한 이미지가 마음에 든다. 여름이 길어진 만큼 자주 쓰임을 다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