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902
< 지구의 기분 >
9월이 되었다. 9월이면 가을이다. 여름을 등 떠밀어 보내놓고 쌍수를 흔들며 가을을 맞이한다. 설거지를 마치고 이마에 흐르는 건 땀이 아니다. 밤마다 잠결에 선풍기를 돌리는 건 더워서가 아니다. 지난 기억을 되새김질하는 의식이자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준비 동작이다. 아픔을 귀여움과 추억으로 승화할 수 있다면 웬만한 고통은 어찌저찌 벗어날 수 있다. 때마침 가을비가 내린다. 떠오르는 가뭄의 아이콘 강릉은 해갈이 되었을까… 여지껏 갈팡질팡하는 지구의 마음을 돌릴 묘책은 없다. 다한과 스펀지 연골의 갱년기 번뇌를 어필하며 조속히 폭염과 열대야를 거둬 주기를 빌뿐이다. 유행에 민감한 나무들은 일찌감치 브리지를 넣고 빗소리에 맞춰 케데헌의 골든을 열창했다. 하루빨리 혼문을 봉인하고 축제의 날을 맞이하기를 염원한다. 콩국수를 하도 먹어 두부를 낳을 거 같다. 울긋불긋 불닭볶음면 같은 가을도 좋지만 뜨끈한 냄비 우동의 겨울을 백만 배 더 기다린다. 원 없이 타오르다 미련 없이 삭발하고 숙면의 겨울잠을 선물 받는게 나무들의 바람이다. 이심전심 안심등심, 지구도 같은 마음이면 좋겠다.
< 작업일지 >
지긋지긋한 여름을 떠나보내며 기억 편집 작업에 돌입했다. 2025의 여름 키워드는 아오리 사과와 토마토. 해변의 모래 속을 뒤져 조개껍데기 찾아내듯 신중을 기해 선별한 보물들이다. 후보에 올랐던 수박과 참외가 아쉽지 않은 건 아니다. 여지껏 냉장고를 지키고 있는 녀석들을 떠올리다 보니 그리 된 것이다. 내친김에 올망졸망한 과일들을 수놓아 티코스터를 만들었다. 여름의 낭만이자 필수템 컵받침. 미숫가루, 매실차, 레몬에이드… 차가운 얼음을 품고도 뻘뻘 땀을 흘리는 유리잔을 위한 턱받이이다. 그러니 귀엽지 않을 수가 없겠지. 이번에도 남은 헛옷 자투리 원단을 잘라 만들었다. 금방 젖어버리기 때문에 번갈아 말려가며 쓰려면 쌍둥이로 두 장을 만들어야 한다. 비로소 지옥 같던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늦기 전에 아름답게 편집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