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916
< 지구의 기분 >
가을장마다. 일주일째 흐렸다 비가 내렸다를 반복하고 있다. 감히 지구의 마음을 헤아려본다면 그녀는 갱년기를 맞이한 게 틀림없다. 밤낯으로 길러낸 산과 바다가 골골대고 있으니 몇 날며칠을 오열할 만도 하다. 저출산 고령화는 지구에 대한 인류의 사과일까. 눈치 없게 웃어달라 하던 내게 하늘은 침을 뱉는다. 민머리 봉우리의 마음을 내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선풍기를 끄면 꿉꿉하고 켜면 닭살이 돋는다. 이리저리 방향을 돌리다가 5분 꼴로 틀었다 껐다를 반복한다. 귀찮은 듯 노려보는 녀석에게 둘러댈 변명거리가 없다. 여전히 30 언저리를 맴도는 기온 탓에 정년을 훌쩍 넘기고도 출근하는 샐러리맨을 보는 거 같다. 여름 내내 케이지 안에서 챗바퀴처럼 돌아가는 날갯짓에 참 많이 의지했더랬다.
에어컨을 마감하고 제습기를 꺼냈다. 근래 장만한 1등급 신상인데 옆구리에 붙은 훈장 같은 스티커가 자꾸 탐이 난다. 수능 1등급 자녀 둔 부모처럼 우쭐하며 어깨가 솟아오른다. 4등급이었던 이 몸은 거실에 플랜카드라도 걸고 싶은 심정이다.
< 작업 일지 >
생각해 보니 올여름엔 바다를 보지 못했다. 광합성이 필요했던 탓일까 유독 초록에 빠져 살았다. 이제와 뒷북치는 아쉬움으로 가지 못한 바다를 떠올렸다. 고래가 나타난다는 울산 앞바다를 상상하며 파우치를 만들었다. 길냥이들을 위한 조공 간식용 주머니 컨셉이다. 특별히 녀석들이 반할만한 돌돔 인형도 만들어 달았다. 츄르 한팩에 낚시놀이까지 풀서비스로 제공하면 길냥이협회의 집사위원으로 선출될지도 모른다. 나의 대외적인 정치활동을 꾸리 룽지가 허락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