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당첨 야옹맨션 패드파우치

20250930

by 최집사




< 지구의 기분 >

한달살이 왔다가 눌러앉은 이방인처럼 거실취침을 접지 못하고 있다. 지구의 표정은 진작에 가을로 돌아섰건만 남들보다 일찍 맞이한 갱년기단의 여파로 번뇌 가득 찬 육신은 수시로 홍당무가 된다. 한동안 우물쭈물하던 하늘은 불현듯 버럭 폭우를 쏟아냈다. 숙취에 고생하는 백수처럼 지난날을 단단히 후회하는 듯 보였고 되돌리기엔 이미 늦어 버렸다는 것도 알고 있는 눈치였다. 신이 완벽하다고 누가 말했을까… 애정하는 전기장판이 기다리는 나의 별로 돌아가야 하는데, 먼지 앉은 선풍기를 차마 정리하지 못하고 세월아 네월아 귀환이 지연되고 있다. 간만의 차이로 버스 놓친 사람처럼 기약 없는 어정쩡한 계절에 삼수생 사수생처럼 정체되어 있다. 그 사이 안방 행성은 사랑스러운 반려외계인의 차지가 되었다. 어쩌면 이건 또 다른 버전의 갱년기인지도 모른다. 해가 갈수록 추위를 타는 그의 옆에는 언제나 대용량 배터리 아니, 꾸리가 붙어 있다. 캄캄한 밤이 되면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영역에서 저마다의 온기를 충전하는 로봇이 된다. 마치 수온에 따라 바닷속 물고기들이 나뉘듯 작은 수조에 열대어랑 심해어랑 갑각류랑 양서류량 다 모아 놓은 거 같다. 그렇게 10년 넘게 살아온 이곳이 이제 우리의 정원 같고 어항 같다. 그러는 사이 여름은 길어지고 겨울은 짧아지고 봄, 가을을 사라졌지만.


< 작업 일지 >

인간에게도 길냥이들에게도 집이 소중한 계절이 오고 있다. 지구에 함께 기생하는 동지로 언제나 그들의 안전과 평화를 빈다. 나와 더불어 추운 계절을 무사히 보냈으면 하는 염원을 담아 패드 파우치를 만들었다. 이름하야 야옹맨션. 헌 옷을 오리고 박아 만든 주머니로 창문과 문을 자투리 원단으로 만들어 달아 보았다. 이 맨션으로 말할 거 같으면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공임대주택으로 한 지역구에서 50회 이상의 추르권을 부여받은 냥이들에게 입주 자격이 주어진다. 물론 그 외에도 부양가족의 유무와 주민들과의 친밀도가 주요 심사의 기준이다. 청약에 당첨된 냥이들은 심야 경비일에 동원되며 급여의 일부는 참치캔으로 지급된다. 이래 봬도 4대 보험에 명절 상여캣잎도 주는 꿈의 직장이다. 이런 황금 해택에 눈이 먼 냥이들은 너나 할 거 없이 추르권 적립을 위한 개인기 연마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에 당첨된 고양이는 글쎄 백주대낮 골목에서 케데헌의 소다팝 댄스를 선보였다고 한다. 직관하지 못해 이만저만 아쉬운게 아니다. 또 일간의 소문에 의하면은 고금리 추르 불법 대출은 물론 개인기 전문 학원까지 우후죽순 생겼다고 있다고 한다. 결국엔 그들의 삶도 우리와 다르지 않는 것이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