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8
< 지구의 기분 >
며칠 사이 아침 기온이 급락하고 말았다. 코스피는 사천을 찍었다던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인류의 풍요가 지구를 가난하게 만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호시절의 봄가을을 누렸던 포시즌피테쿠스는 뚜렷한 계절 양극화에 서글픔을 금치 못했다. 민소매와 수면 잠옷을 오가는 극단적인 패션을 고수하는 내내 옷차림을 강요하지 않는 자애로운 계절이 더더욱 그리울 수밖에 없었다. 지난 주말에 들른 식당에서 반팔과 패딩이 마주 앉아 식사를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연상케 하는 이질감이 감도는 장면이었다. 하루 안에 사계절을 욱여넣는 기분이란 결국 둘 중 하나는 감내해라는 뜻일 것이다. 흐르는 콧물을 닦으며 뜨거운 햇살을 만끽하거나, 두꺼운 후리스 속 아아를 추구하거나. 늙어가는 지구에게 얼마 남지 않은 선택지는 우리에게도 여러모로 잔인하게 다가온다. 일주일짜리 가을, 단풍을 뽐내기도 전에 떨이 처리하듯 떨구는 낙엽처럼 자연은 시간의 독촉을 견디기 힘든 것이다.
< 작업 일지 >
본인 소유의 장바구니가 네 개 정도 있다. 주로 자전거 바구니에 있는 대용량 보냉 주머니를 사용하며 가끔 도서관에 가거나 산책 후 돌아오는 길에는 작은 녀석들을 사용한다. 개인적으로 지향하는 장바구니의 조건은 첫째, 가볍고 둘째, 튼튼하고 셋째, 적당한 사이즈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얇고 접으면 손바닥 사이즈 정도 되는 아이를 자주 가지고 다닌다. 가끔 에코백처럼 쓸 수 있는 신축성 있는 니트백도 지참하기도 한다. 개중에 유독 손이 안 가는 장바구니가 하나 있는데 크기도 애매하고 생각보다 재질이 두꺼워 잘 쓰지 않는다. 그럼에도 작년에 큰맘 먹고 만든 것이라 내심 아쉬움이 남는다. 하루 종일 서랍 속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녀석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는 쓰임을 다하기 위해. 이런저런 생각 끝에 리뉴얼을 시도해 보았다. 일명 ‘아마따 장바구니족을 위한 에코 미니백’. 외출할 때 장바구니를 깜박하지 않도록 만든 도톰한 미니백이다. 접으면 백이 되고 펼치면 장바구니가 되는 단순한 디자인으로 만들었다. 보통 가방을 만들 때 모양을 잡기 위해 심지를 넣는데 그걸 장바구니 원단으로 대체한 디자인이다. 커다란 장바구니에 작은 지갑이나 폰을 넣을 수 있는 포켓을 달아 준 게 전부지만 그 덕에 장을 보는 내내 두 손이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다. 막상 만들고 보니 상상했던 느낌이 아니라 아쉬운 점도 있지만 조만간 다시 보안해서 만들어 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