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따병 2탄, 장바구니 카드지갑

No.181125

by 최집사



< 지구의 기분 >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 라디오에선 가을의 끝물이니 부지런히 다니라고 했다. 털갈이를 시작한 나무들, 때맞춰 날아온 철새들, 하루에도 몇 번씩 여름과 겨울을 오가는 대지의 기분을 어찌 맞춰야 할지... 가시나무 노래 가사처럼 내 안에 내가 너무 많은 탓이다. 강가에서 알을 품는 오리와 도토리를 모으는 다람쥐는 곡간을 두둑이 채우라고 한다. 낙엽을 떨구는 숲과 바다를 품은 하늘은 비울수록 편하다고 한다. 결정장애가 온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 가장 소중한 것들만 남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

지난 주말 모 패션브랜드 회사의 대형 물류창고에서 큰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스파 브랜드를 비롯한 많은 의류들이 불에 타 버렸고, 화학연기에 동네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완전히 진화될 때까지 일주일 정도 소요될 거란다. 이미 옷이 넘쳐나는 세상이니… 이번 계기로 빈티지 마켓의 수요가 늘어나길 바라본다. 금일 아침엔 수도권에 있는 비닐공장에서 불이 났다는 메세지를 받았다. 우연치고는 꽤 합리적 개연성이 느껴진다. 비닐 좀 작작 쓰라는 소리 같다. 한편에서 미국의 핵무기 실험으로 바다가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심해에서 터트린 핵폭탄 방사능으로 바다 오염이 심각하다고. 인류의 종말이 머지않았음을 느낀다. 모든 파괴와 위기의 화살표는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을 향해 있다. 45억년 동안 지구는 제 손바닥 위에서 수많은 종이 멸망해 가는 걸 지켜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살려둘지 말지 저울질했겠지... 우리의 독식체제를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이쯤에서 종을 갈아타야 하나 싶기도 한데… 고양이계에서 날 받아줄지 모르겠다.


< 작업 일지 >

지난번 만든 장바구니 가방의 연장선으로 이번엔 장바구니 카드 지갑을 만들었다. 기존에 만들어 두었던 카드 지갑에 접이식 장바구니를 만들어 연결해 보았다. 평소엔 지갑으로 가지고 다니며 쓰다가 필요할 때 봉지 대신 펼쳐서 쓸 수 있다. 나를 비롯한 아마따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특히 유용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미흡한 수준이지만 하나하나 직접 만들어보고 써보며 수정을 과정을 거듭해 가고 있다. 직접적인 벌이나 수익으로 연결이 되지 않으니 더디고 답답한 마음도 있지만 무작정 많이 만들어 팔고 싶지도 않다. 좋아하고 즐기는 일이니 소중히 여기고 싶다. 업사이클링 물건이지만 언젠가 또다시 버려진다는 숙명은 벗어날 수 없다. 이왕이면 깊게 생각하고 꼼꼼히 고민해서 지구에게도 사람에게도 저해하고 합리적인 걸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시간과 정성을 담아야 하겠지... 박음질 하나에, 실밥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오늘이지만 나름의 꿈을 품고 끝내 만나게 될 지구의 미소를 희망해 본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