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순이 고영씨 세컨드 하우스 : 냄비받침장갑

No.241125

by 최집사



< 지구의 기분 >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이불의 결계가 나날이 강력해지고 있다. 늦잠을 자려는 의도는 없다. 천천히 지구의 시간에 적응하고 싶을 뿐이다. 아침에 일어나 두툼한 로브를 걸치고 목에는 소창 손수건을 두른다. 무릎, 팔꿈치, 손등, 목덜미엔 건조주의보가 발령되었다. 냥이들도 겨울을 맞아 본격적인 식빵 굽기에 돌입했다. 덩달아 몸이 움츠려 들지만 종종 화창한 하늘을 볼 수 있어 좋다. 바람 부는 대로 힘없이 눕고 일어서는 갈대들, 쿰쿰한 향기를 풍기는 은행들. 빵부스러기 같은 낙엽들을 이리저리 밟으며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왔다. 그렇게 하루치의 안온함을 적립하는 사이 라디오에선 산불 소식이 들렸다. 건조한데 바람까지 불어오니 작은 불씨에도 산은 버럭 화를 낸다고 한다. 인간의 어리석음은 지구의 화병에 자꾸 부채질을 하고 기름을 붓는다. 오늘은 비소식이 있던데.. 내가 한겨울에도 딸기와 봄동을 먹는 사이 구름은 황사비를 데려온다고 한다.

< 작업 일지 >

지난번 장바구니 카드지갑에 이어 이번엔 냄비받침 장갑을 생각해 냈다. 요리를 하다 보면 급하게 써야 할 것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주방 장갑과 냄비 받침이다. 막상 쓰려면 귀찮고 잘 보이지 않아 행주나 책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이 둘을 합치면 어떨까..? 분명 유용하고 헌 옷으로 만들기도 정당한 거 같았다. 그리하여 두 번째 집순이 고영씨(키링이에 이은)가 탄생했다. 집모양 냄비 받침인데 지붕 부분에 손을 넣어 장갑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싱크대 앞에 걸어두고 보고 있으면 귀여운 마음도 충전할 수 있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