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새 동전지갑

251202

by 최집사



< 지구의 기분 >

홍콩 아파트 대형 화재 소식을 들었다. 뉴스 속 건물을 집어삼키는 불기둥을 보고 있으니 911 테러 때만큼이나 조바심이 났다. 사망자가 150명 가까이 된다고 한다. 인구 밀도가 워낙 높고 집들이 따닥따닥 붙어있는 탓에 피해가 더 컸다고. 겨우 먹고살려고 정착한 도시의 운명은 지나치게 잔인했다. 자본이 만든 마을. 화려한 불빛에 몸을 던지는 나방처럼 뛰어든 사람들. 뿌연 하늘과 밤낮없이 반짝이는 거리는 새와 나무와 별을 빼앗아갔다. 지구 입장에서 보면 자업자득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 작업 일지 >

겨울의 백미는 하늘 구경이다. 추운 날씨지만 맑은 날이 많으니 낮에는 새들을 밤에는 별들을 맘껏 볼 수 있다. 아침 라디오에선 스모그가 온다고 했다. 물론 수도권 이야기. 내가 사는 곳은 낙동강을 끼고 있는 작은 도시라 오늘도 맑디 맑은 하늘이다. 근래 산책길마다 철새 구경을 한다. 옹기종기 무리를 짓어 떠있는 새들을 보면 새삼 평온함을 느꼈다. 그러다 새 모양 지갑을 만들고 싶어졌다. 이면지를 잘라 만든 노트에 이리저리 끄적거리다 그럴듯한 새 지갑을 그렸다. 내친김에 광목천을 재단하고 헌 옷 자투리천으로 날개를 만들었다. 완성하고 보니 어설픈 표정이 귀여워 마음에 들었다. 다음 산책 땐 가지고 나가 오리들에게 자랑해야지.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