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새의 마음을 가늠해 본다면

No.080126

by 최집사



< 지구의 기분 >

새해가 되자 본격적으로 추워졌다. 환기를 하려고 창문을 여니 저승사자 같은 동장군이 가오나시처럼 서있다. 흠칫 놀라 정신을 차리니 지난달에 사놓았던 귤이 바닥났다는 걸 알았다. 초조해진 마음으로 마트 오픈런을 강행했다. 칼 같은 공기를 가르며 자전거를 타고 달리니 코와 귀가 떨어져 나갈 거 같았다. 그럼에도 이를 꽉 물고 쌍콧물을 훔치고 루돌프처럼 페달을 굴렸다. 지난 크리스마스이브 때 싱크대 근처에서 조우했던 초파리를 이제는 잊을 수 있을 거 같았다. 건널목을 건너 중학교를 지나 마트 근처에 다다르니 삼삼오오 아장아장 모여드는 콜리플라워족(동네 할머니들)들이 보였다. 주차장을 가로질러 입구로 가 자전거를 대고는 옆 아주머니와 인사를 나누었다. 물론 초면이었다. 한 살 더 먹고 나니 얻은 능력일까. 좀 더 쿨해진 마음들이 있었다. 마치 어떤 구름도 다 품을 수 있는 하늘의 표정을 닮아가고 있는 거 같았다. 그렇게 모처럼 겨울다운 겨울의 모습이 제철 방어처럼 반가웠다.


< 작업일기 >

연말엔 그간 모은 레시피를 정리하고 반려인과 제주 여행을 다녀오느라 글을 쓰지 못했다. 여름은 배짱이병 걸려 방학처럼 지내고 겨울은 개미족처럼 놀고먹는 시기가 있다. 더군다나 고양이 집사라면 그 분위기를 거스를 수 없다. 백주대낮인 지금도 냥이들의 코골이 소리가 들린다. 그러니 다그치기 않기로 했다. 시들해지는 마음을 문을 쾅 닫고 들어가는 사춘기 소녀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바라보며 다시 설레는 순간이 오길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한 두 달쯤 쉬고 난 뒤 가방을 만들었다. 그것도 두 개나. 봄을 기다리는 어미새와 아기새를 떠올리며 디자인했다. 모녀지간에 커플로 한다면 귀엽지 않을 리가 없겠지...


요즘은 정기적으로 하는 루틴을 벗어나 마음속에 꿈틀대는 일들을 하나둘씩 시도해보고 있다. 올해부터는 좀 더 용기를 내어 여기저기 입점 문의도 하고 온라인 스토어도 정비해 볼 생각이다. 마음에 담아둔 곳 몇 곳의 문을 두드려봤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나 판매로 이어지진 못했다. 이렇듯 마상을 입은 모든 순간들도 변태처럼 차곡차곡 모으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마흔을 넘긴 내가 여전히 어떤 사람이 될지 궁금하다는 건 분명 설레는 일임이 틀림없다.




* PS : 너무 오랜만에 소식 전합니다. 혼자 동굴 속에 들어가 동면, 아니 쓸데없는 생각도 하고 이것저것 조심조심 시도와 실패를 맛보느라 업로드가 뜸했네요. 그래도 새해가 되었으니 인사 겸 안부 겸 글을 올려봅니다. 2026년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고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쿨하고 너그러운 한 해 보내시길 바랍니다.


* 저는 올해엔 커스텀 의뢰도 준비히고 만든 것들을 조금씩 스토어에 판매해 볼 생각입니다. 오프라인 판매도 꿈꾸고 있지만 거기까지 가능할지는 모르겠네요. ^^;; 일단 다시 불끈 용기내어 네이버 스토어에 올리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놀러 오시길 바랍니다.

그럼 추운 날씨 감기 조심하세요.


https://naver.me/xVG1fFVm




화요일 연재